건설업계, 적정임금제 도입 논의 움직임 활발

임금체불과 저임금으로 젊은 인력 건설업 기피
적정임금 고시하고 공사비 30% 노무비 사용 의무화해야

입력 : 2015-11-22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건설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업계의 체질개선을 위해 적정임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 저가수주와 다단계 하청 등 때문에 현장 근로자들이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젊은 인력들이 건설업을 기피하면서 건설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건설업 취업자 수는 180여만명으로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7%에 해당된다. 특히, 이중 현장에서 직접 작업을 수행하는 건설노동자와 건설기계장비 노동자들은 약 130만명으로 현장 근로자가 거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가 낙찰, 다단계하도급, 저가수주 경쟁 등으로 건설사들이 낮은 임금과 노무관리에 용이한 불법 외국 인력을 고용하다보니 50대 근로자들이 현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20대와 30대 근로자는 모두 더해도 10% 남짓에 불과하다.
 
현장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건설업 임금체불 근로자는 2010년 14만6352명에서 2014년 30만3066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전체산업 임금체불 근로자의 23.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체불금액도 2010년 333억7200만원에서 2014년 707억42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 전체 체불금액의 24.2%에 달한다.
 
심규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는 위에서 못 받은 공사비 부족을 아래를 후려침으로써 버티는 구조"라며 "이는 무리한 공기단축, 저가생산요소 투입, 저임금 저숙련 불법취업자 증가, 부실 및 품질저하, 산재 다발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건설업계에서는 적정임금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월 16일 이학영 의원(새정치)이 '건설산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다. 법률 안에는 ▲고용부 장관이 전설근로자의 직종별·기능별 적정임금을 정해 고시하고, 사업주는 건설근로자에게 적정임금 이상 지급 ▲전체 공사비의 30% 이상을 노무비로 사용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호주가 대표사례로 꼽힌다. 미국의 경우 만성적인 저임금에 시달리는 건설 근로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Prevailing Wage(PW)'를 시행 중이다.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적정임금제의 토대가 된 제도로 미국의 각 주마다 책정된 적정임금이 발주처에서 건설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도록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위반 시 형사 처벌, 3년간 공공공사 입찰 제한 등 엄격한 처벌이 뒤따른다.
 
호주에서는 정부가 주도하고 노사가 참여해 결정한 지역별, 직종별 최저임금을 책정해 지급하는 'Award system'이라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완 관련 김경욱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은 최근 열린 '적정임금제, 직접시공제를 통한 청년 일자리창출 정책토론회'에서 "정부도 제값을 주지 않는 현행 입찰제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페이퍼 컴퍼니 근절 문제, 상습 체불 업체 문제 등이 먼저 해결돼야 적정임금제가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건설기업 노조 관계자는 "취업유발계수와 고용유발효과가 타 산업보다 월등히 높은 건설업에 청년 신규 인력들이 유입되지 않을 경우 양질의 건설기능인력 양성은 힘들어지고 국내 건설부문은 사양산업화 될 수밖에 없다"며 "적정임금제, 직접시공의무제 등 건설사가 적정가격으로 공사를 수주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건설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체질개선을 위해 적정임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건설근로자공제회.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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