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도리화가', 판소리 통한 사제 간의 사랑

입력 : 2015-11-19 오후 2:35:29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여인이 판소리를 입에 담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기생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한 여인이 소리꾼 되기를 꿈꾼다. 여인은 결국 소리꾼 신재효(류승룡 분) 앞에서 "계집은 뭐가 부족해서 소리를 하면 안돼냐"며 소리치고 금기에 도전하기에 이른다. 그 여인이 바로 판소리 학당 동리정사에서 조선 최초 여류 명창이 된 진채선(배수지 분)이다. 새 영화 '도리화가'는 진채선이 명창이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초반부는 마치 조선판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남장을 하면서까지 소리꾼이 되고 싶었지만 아마추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진채선이 신재효, 김세종(송새벽 분)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듣는 판소리'에서 '보는 판소리'로 영역을 확장시킨 신재효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리에 감정을 싣는 진채선의 모습을 담는다. 촬영을 순차적으로 진행한 덕에 채선의 소리의 울림이 커지고 깊이가 깊어지는 등의 변화가 감지된다.
 
영화 '도리화가' 메인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갑작스레 동리정사가 양반 후원을 받지 못하게 되자 신재효는 흥선대원군이 개최한 낙성연에서 장원급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굶지 않고 소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게다가 신재효는 흥선대원군(김남길 분)이 야인이었던 시절 친분을 쌓은 적이 있다. 이에 신재효는 여성을 낙성연에 올리게 해달라며 흥선대원군에게 따로 요청한다. 하지만 무서운 권력자가 된 흥선대원군은 "장원 급제를 하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차갑게 말한다.
 
힘겹게 고종과 흥선대원군을 비롯한 신하들 앞에 선 신재효와 진채선은 춘향가로 흥선대원군을 비롯,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하지만 너무 훌륭했던 무대로 인해 이내 사제에게 비극이 닥쳐온다.
 
영화는 진채선을 연기한 배수지를 위한 작품이라 평할 만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며, 소리를 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그린다. 배수지는 진채선의 매력과 아픔을 싱그러우면서도 진하게 표현한다. '건축학개론' 때보다 성장한 모습이다.
 
영화 '도리화가'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류승룡은 신재효의 카리스마와 인간미를 훌륭히 그려낸다. 김세종을 연기한 송새벽을 비롯해 문하생 칠성, 용복 역의 이동휘와 안재홍도 매끄러운 연기로 극에 안정감을 더한다. 감독과의 친분으로 출연했다는 김남길 역시 강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연기에서는 이처럼 빈틈이 없지만, 영화 자체가 관객에게 큰 호응을 받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판소리라는 소재가 대중성과 원체 거리가 있는 데다,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진한 감동을 주는 데 실패했다. 사제 간의 사랑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딱히 보이지 않는 점도 아쉽다.
 
'전국노래자랑' 등을 연출한 이종필 감독의 영화 '도리화가'는 오는 25일 개봉한다. 상영시간은 109분이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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