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보면 어디서 한 번 본 것만 같은 연기자가 있다. 단순히 주연배우들을 빛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런 배우들을 두고 신 스틸러(Scene Stealer)라고 한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이동휘와 <오피스>의 오대환이 최근 주목받는 신 스틸러다.
두 배우 모두 눈에 띄게 잘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그에 맞는 연기를 펼친다. 지질한 역할을 맡으면 "답답한 놈"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고, 악역을 맡으면 등장하는 순간부터 기분이 나빠진다. 코믹한 역할을 맡으면 얼굴만 봐도 웃음이 터진다. 배역마다 적응하는 재주가 뛰어나다.
<뷰티 인사이드>에서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인 이동휘. 사진/NEW
◇이동휘, '타짜2'의 쩌리에서 '뷰티'의 감초까지
이동휘, '타짜2'의 쩌리에서 '뷰티'의 감초까지 이동휘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타짜-신의 손>에서 주인공 최승현의 오랜 친구로 등장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극중에서는 '쩌리'로 불렸다. 대길(최승현 분)이 자신을 무시하자 그의 뒤통수를 치는 인물이다. 의리를 저버리는 행동을 해놓고도 "니가 나 무시해서 그런거야"라고 울어버리는 남자다.
최근에는 <뷰티 인사이드>에서 매일 얼굴이 바뀌는 우진의 비밀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친구이자 동업자 상백으로 열연했다.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됐음에도 친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곁에서 항상 힘을 주는 든든한 존재다. 톡톡 튀는 대사와 능청스러운 연기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사람의 얼굴이 매일 바뀐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의 <뷰티 인사이드>에서 이동휘는 안정된 연기로 현실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극중 존재감이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제2의 조정석'으로도 불린다. <뷰티 인사이드>의 백종열 감독은 "예상대로 준비된 배우"였다며 "대본에 충실하고 현장에 본인 것도 준비해와서 만족할 만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영화 <베테랑>과 <오피스>에서 활약한 오대환. 사진/제이아이스토리 엔터테인먼트
◇오대환, '베테랑'서 수더분한 형사, '오피스'에서는 무서운 상사
'오피스'에서는 무서운 상사 오대환은 공연계에서 이미 잘 알려진 배우다. 2005년 <인당수 사랑가>로 데뷔해 <온에어> 등 다수의 작품에서 무대 경험을 쌓았다. 이후 2010년 MBC <로드 넘버원>을 통해 드라마로 진출한 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오대환은 영화 <베테랑>, 곧 개봉을 앞둔 <오피스>에서 얼굴을 비춘다. <베테랑>에서는 황정민과 함께 광역수사대 형사로 나온다. 여형사인 장윤주와의 러브라인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헬스장에서 무거운 벤치프레스를 들고 "아이 좋아"라고 말하며 수더분한 웃음을 짓는 사람이다.
반대로 <오피스>에서는 정장 차림에 사나운 인상을 풍기는 정재일 대리로 등장한다. 직장 내 직속상사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자 입막음을 위해 인턴 미례(고아성 분)을 협박하기도 한다. 약 한 달 사이 수더분한 형사에서 못된 상사로 얼굴을 바꾼다. 오대환은 두 영화에서 모두 자연스럽고 안정된 연기를 선보인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