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외환銀 인수전 가열 조짐

새주인 놓고 각종 '設' 난무
KB금융, 하나금융,산은에 이어 외국계 가세
진동수 "은행권 M&A 시기상조"

입력 : 2009-08-06 오후 3:17:27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한동안 잠복했던 외환은행 인수합병(M&A)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다. 국내외 주요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외환은행 인수 의지를 드러내는 등 금융권 판도를 뒤바꿔놓을 '빅딜(Big Deal)'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물론 당사자인 외환은행(004940)측도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외환은행을 둘러싼 'M&A 열전'의 향방을 가늠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 새주인 찾기 번번이 무산 

 

외환은행의 '새주인' 찾기 작업은 벌써 4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PEF)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싶어하지만 지난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타이밍을 놓친 데다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정부와 금융당국의 의지, 매각 가격 등 다양한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사이 국민은행과 영국계 HSBC그룹이 외환은행 인수를 눈앞에 두는 듯했지만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반대, 인수가격에 대한 이견 등이 불거지며 번번이 무산됐다. 최근에는 누가 외환은행의 새주인이 될지를 놓고 갖가지 '설(設)'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후보군에는 국내외 금융권 강자가 망라돼있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KB금융과 하나금융이 관심을 보인 데 이어 최근에는 산업은행이 가세했다.

 

소매금융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KB금융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업금융 부문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외환은행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KB금융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비은행부문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게 KB금융측의 설명이지만, 여전히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 끊이지 않고 있다.

 

◇ KB금융, 하나, 산은등 군침

 

하나금융지주(086790) 역시 인수후보군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그간 중소은행 M&A를 통해 업계 '빅4' 자리에 오른 만큼, 외환은행 인수를 계기로 또 한번 도약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지난 2005년 11월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여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끈끈한 '고대 인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오는 10월 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이 자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신기반을 갖추고 있는 시중은행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후보군은 더욱 늘어났다. 민영화 이후 기업금융 노하우와 수신 기반을 확보한 시중은행을 인수하겠다는 것이 산은의 복안이다. 인수대상 후보로는 외환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외국계 금융회사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지난달 16일에는 마이클 게이건 HSBC 그룹 최고경졍자가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것을 두고 HSBC의 재인수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 "론스타가 결정할 문제"

 

같은 달 래리 클레인 행장이 미국계 사모펀드 관계자와 만나 전략적 투자유치를 위한 협상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외국계 사모펀드의 인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관계자는 "클레인 행장은 일상적인 업무수행 차원에서 미국에 방문했을 뿐 은행매각을 위한 출장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싸고 막전막후(幕前幕後)에서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손에 잡힐 만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승인에 대한 칼날을 쥔 금융당국 역시 부정적인 입장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 M&A 등 금융권 재편이 이뤄지려면 적절한 환경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올해까지는 은행들이 수익구조나 외화차입구조 개선 등 선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이 1분기 부진에서 어느 정도 탈출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M&A를 논할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곳곳에서 물밑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할지라도, 본격적인 M&A 논의는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은행 주가가 오르고 증시가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거대한 인수합병(M&A)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며 "(외환은행 매각은) 대주주인 론스타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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