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재판에서 이 전 총리의 전 운전기사 윤모씨가 "이 전 총리측이 자신을 회유하려 한다는 걸 느꼈다"고 진술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장준현) 심리로 열린 이 전 총리에 대한 4차 공판기일에서 윤씨는 이 전 총리의 비서관 김모씨가 자신과의 통화내용 녹음본을 빌미로 자신과 자신의 처를 회유·협박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측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윤씨는 "내가 이 전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독대한 것을 봤다고 말한 취지의 진술이 보도되자 친하게 지내던 김 비서관이 당일 새벽부터 자신에게 5~6회 차례 전화를 걸었고, 그 이후부터 사이가 서먹서먹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 통화부터 김 비서관이 나와 말을 맞추려고 하며, (통화내용을) 녹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윤씨와 통화 직후 윤씨의 아내에게 "형님(윤씨)과 통화한 녹음을 다 가지고 있다"면서 "(윤씨는) 분명히 (성 회장이 이 전 총리를 독대하는 것을) 못 봤다고 했는데, 이러면 안 될 사람들이 그러신다"는 메세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실제 윤씨와의 통화 총 5차례 중 4회 분을 녹음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비서관은 이날 통화 이후 "윤씨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취지로 언론과 인터뷰하며 맞대응했다.
윤씨는 이와 관련해 "(김 비서관은 이 전 총리의) 현직 비서관이고, 저는 평범한 사람이어서 (김 비서관이 이같은 메세지를 내게 보낸 것이)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비서관에게)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던 것도 (김 비서관이) 녹음을 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씨는 김 비서관이 평소와 달리 이른 시각이었던 새벽 6시50분부터 자신에 전화를 걸어 성 회장 관련 내용을 물어 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 때문에 "실제로는 (둘이 만난 것이) 기억이 났지만 김 비서관에게 그 사실을 숨겼다"고 덧붙였다.
윤씨에 이어 이 전 총리의 선거캠프 자원봉사자 한모씨에 대한 증인신문도 이어졌다.
한씨는 "(이 전 총리가 자신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성 회장을 본 적이 있는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지 않았다고 해 안타까웠다"면서 "뜬 눈으로 밤을 세우고 고민한 결과, 양심에 따라 판단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저도 인터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씨는 또 "보도가 나가자 김 비서관 등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성완종이 왔다고 그랬어' 등 말을 하기에 전화를 끊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전 총리측 변호인은 (지역 폐기물처리장 건립 문제로 인해) 이 전 총리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있던 당시 새누리당 부여 부위원장 이모씨의 사주 등을 받아 양 증인이 이같은 진술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반대신문을 이어갔다.
윤씨와 한씨 모두 이씨와 친분이 있는데다, 양 측이 본격적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한 시기가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씨는 "환갑 넘은 내가 나보다도 어린 사람의 사주를 받고 인터뷰하고 그런 사람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윤씨와 한씨 모두 "이 전 총리가 성 회장을 독대하는 것은 직접 목격하지 못 했다"고 진술해 공방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전 총리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달 8일 열린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4차 공판을 받기 위해 23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