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전 총리가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검찰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수행비서와 보좌관들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통해 이 전 총리를 강하게 압박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장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법정 내 스크린에 2013년 4월4일 성 전 회장 비서진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을 띄웠다. 이 날은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았다고 검찰이 특정한 날이다.
검찰은 대화내용을 일일이 짚어가며 증인으로 나온 수행비서 임모씨에게 사실여부를 확인했다.
대화내용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후 2시38분 비서 금 모씨는 또 다른 비서 남궁모씨에게"이완구 지사 선거사무소에 연락해서 (성 전 회장이)지금 내포청사에서 출발하셨고 16:00경 도착하실 예정이라고 대신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검찰이 임씨에 대해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임씨가 확인하자 이 전 총리 변호인은 "스크립트만으로 해석이 되는 것이다. 증인에게 그런식으로 확인하는 심문은 굉장히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 전 총리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대화에는 또 당일 오후 2시46분 금씨가 "이완구 지사님 먼저 도착하신 후에 우리가 들어가야 하니 사무실에 도착하시면 제게 연락 달라고 전달 부탁한다"는 내용과 함께 남궁씨가 "도착하시면 전화 달라고 요청했다"고 답변했다. 성 전 회장의 부여 방문을 이 전 총리 쪽에서도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당일 오후 3시25분 금씨는 성 전 회장의 이모 보좌관이 언제 서울로 복귀하느냐고 묻자 "지금 부여 가는 중이다. 16시경 도착 예정이다. 17시에 출발한다고 해도 서울까지는 19시 넘어야 도착 예정"이라고 밝혀 성 전 회장이 당일 이 전 지사의 부여 재보궐 선거사무소를 방문했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검찰은 앞서 이날 공개된 카카오톡 대화 등을 근거로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의 선거사무소를 들러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으나 이 전 총리는 당일 성 전 회장을 만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증거로 채택하게 되면 상황은 이 전 총리에게 불리해진다. 성 전 회장을 만났다는 취지의 물증과 이를 뒷받침하는 비서진 등 증인들의 진술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당일 성 전 회장을 만났는지를 기억할 수 없다는 이 전 총리의 주장은 신빙성이 흔들리게 된다. 당시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는지가 핵심이지만 이 역시 검찰은 입증을 자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 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차 공판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방글아 기자
최기철·방글아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