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 기자] 전국 활황의 중심이었던 대구·울산·부산 등 영남권 광역시 분양시장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초기계약률이 떨어지는가 하면 미계약 물량까지 속출하면서 자칫 2000년대 초·중반 미분양 적체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전국에서 26만651가구의 신규 분양 아파트가 공급됐으며, 총 306만7808명이 몰려 평균 11.7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만6717가구 공급에 105만1471명이 청약, 5.95대 1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이 중에서도 같은 기간 대구의 경쟁률이 크게 높아졌다. 작년 10.72대 1을 기록했던 대구는 올 들어 공급물량이 지난해 대비 32.64%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청약통장이 2.56배 늘어난 45만7197개가 몰리면서 경쟁률도 84.13대 1로 크게 높아졌다.
부산의 경우 1만2903가구 모집에 총 97만6763명이 몰리면서 75.70대 1을 기록, 역시 작년(14.23대 1)보다 경쟁률이 높아졌으며, 울산도 2936명 모집에 13만1722명이 청약, 44.86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면서 작년(3.56대 1)에 비해 경쟁이 치열해졌다.
전문가들은 집주인들의 월세선호로 전세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전셋값 상승에 지쳐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분양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부산의 매매가 대비 전세값 비율(전세가율)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가 76.1%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70%를 넘어섰으며, 부산(69.9%)과 울산(69.4%)도 임박했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적었던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청약경쟁이 심화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책임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한동안 신규 아파트 공급이 뜸했다가 2011년부터 좋아지기 시작했고, 지난해 들어 본격적으로 1순위 마감과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불이 붙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 지역에서 미계약 물량이 발생하는 등 분양시장 활황세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의 경우 9월 기준 미분양 물량(108가구)이 전월(11가구)에 비해 9.89배가량 늘어났으며 부산은 3분기 초기계약률이 90.8%로 전분기보다 9.2%p 하락했다. 특히 사하구(64%), 동래구(84%)의 계약률이 저조했다.
조은상 책임연구원은 "활황기와 비수기가 순환되는 만큼 어쩌면 이상 징후가 보일 수 있는 시점이 됐을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한두개 단지의 저조한 성적으로 분위기가 식기 시작하면 해당 지역 분양시장 전체가 급랭할 수도 있는 만큼 2000년대 초반과 같은 미분양 적체기가 올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이상 징후 포착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단기 시세차익 등을 노리는 투자수요가 청약을 했다가 계약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으로는 주택담보대출을 까다롭게 한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와 금리 인상 우려 등이 꼽힌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내부에서 소화 가능한 물량은 이미 소화된 상태라서 외부 유입수요가 많지 않은 이상 초기계약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주변 신도시나 택지지구에 계획된 물량이 남아있어 경쟁률이 떨어지고 미분양이 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본격적인 하락장이라고 보기엔 아직 무리가 있겠지만, 좋지 않은 신호인 것만은 분명하다"라고 덧붙였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청약 1순위 자격자가 늘어나고 인터넷으로 손쉽게 청약할 수 있다 보니 웃돈을 붙여 전매하려는 단기 투자수요가 많았다"며 "그런데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하니 유동성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되고 자칫 분양받은 아파트를 못 팔고 떠안아야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작용하는 것 같다"라고 판단했다.
지난 18일 1순위 마감된 울산 '대현 더샵' 견본주택. 이 단지는 950가구 모집에 11만여명이 몰렸다. 사진/포스코건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