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한국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총액은 이미 지난해 기록을 훌쩍 넘어섰고, 박석민(30)은 지난 30일 NC와 총액 96억원에 계약하며 국내 프로야구 FA계약 개별 금액을 경신했다. FA 과열 우려마저 커질 정도다.
박석민. 사진/뉴스1
1일 오후 2시 기준으로 FA 시장의 구단 발표 기준 계약 총액은 총 717억7000만원에 달한다.
28일 자정 전까지인 원소속구단 우선협상 기간 동안 발표된 계약 총액은 총 334억7000만원(평균 30억4272만원)이다. 롯데의 송승준(4년 총액 40억원)을 시작으로 자정 직전에 계약을 마치고 이후 구단에서 정리해 발표한 한화·SK의 각 2명까지 합하면 올해 입던 유니폼을 계속 입는 FA는 22명 중 절반인 11명이다.
29일 자정을 기해 시작된 타 구단 이적 기간 중 발표된 FA 7명의 계약 총액은 383억원(평균 54억7142억원)이다. 29일 SK에서 LG로 옮긴 정상호(4년 총액 32억원)가 포문을 열었고, 30일 삼성을 떠나 NC로 향한 박석민(4년 총액 96억원)이 정점을 찍었다. 옵션 조항까지 고려해 박석민이 사실상 한국의 역대 최고액 계약을 맺은 셈이 됐다.
아직 거취가 불분명한 FA가 4명 있지만, 계약 총액은 이미 지난해 630억6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전력상 필요한 FA를 잡으려던 일부 구단이 지갑을 거침없이 열어보였고, FA는 자존심 문제를 거론하며 과거 비슷한 성적의 선수보다 몸값을 높여 불렀다. 한국 리그에서 아직 허용되지 않는 대리인을 협상장에 들인 경우도 나왔다.
이제 남은 FA는 해외 진출을 선언한 김현수와 지난 달 23일 기초군사훈련(4주)을 받고자 훈련소에 입소했던 오재원, 그리고 고영민(이상 두산)과 박재상(SK)이다. 김현수를 빼도 계약 총액 750억원 돌파는 가시권이며, 김현수가 한국에 남게 돼 그의 총액까지 합산하는 경우 무려 900억원의 계약 총액 돌파까지 전망된다.
12월1일 오후 2시 현재 한국 프로야구 FA 계약현황. 정리/이준혁 기자
하지만 이같은 최근 FA 시장 과열과 관련해 에이전트를 제외한 대다수 스포츠 분야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한번 올라간 선수 몸값은 떨어지기 어렵고 '대기업 펫(Pet) 스포츠' 형태인 프로야구 특성상 특급 선수에 대해 큰 돈을 질러보는 팀은 사라지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하지만 최근 FA 시장 상황은 한국 프로야구 시장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이미 입장권 값은 소비자가 지출을 어려워할 정도로 올라갔고, 한국 경제의 상황에 기업 후원금이 지금처럼 계속 쏟아질 것인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더불어 전 교수는 "선수협회 등의 반대로 그간 야구계가 얘기도 못 꺼냈던 '샐러리 캡(Salary Cap)'에 대한 검토를 해볼 만한 시점이 슬슬 다가오고 있다"고 제안했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