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박수 못받는 자본시장 규제개혁

입력 : 2015-12-03 오전 6:00:00
금융당국은 올 들어 자본시장의 규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저성장 저금리시대가 본격 도래한 상황에서 자본시장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의 활력을 되찾고 투자자들의 재산증식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우선 공모펀드의 수익률을 개선해 저금리 고령화시대의 핵심 투자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이른바 '10%룰'이 폐지됐다. 이에 따라 이전에는 공모펀드가 한 종목에 10% 이상 투자할 수 없었지만, 펀드재산 중 50% 이상을 다른 종목에 5%씩 분산투자 하는 경우 나머지 재산을 동일종목에 25%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당국은 또 벤처투자 규제를 풀어 자유롭게 민간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활로를 열어줬다. 민간이 정부의 모태펀드 없이도 ‘벤처기업 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게 됐으며, 성장사다리펀드가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난 뒤 국가가 가져가는 수익을 민간투자자들에게도 나눠주도록 했다.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육성하기 위해 사모펀드 투자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자기자본 20억원과 전문인력 3명 이상, 공모펀드 자산운용사와 유사한 수준의 물적 설비요건 등을 갖추면 사모펀드 운용사로 등록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같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규제완화의 효과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불만이 많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은 자본시장의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개선이 필요한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내년부터 금융투자사 대상으로 시행될 레버리지 비율 규제에 대해 은행권과 같이 오는 2018년으로 연기하고 규제 비율도 1100%에서 1600%로 완화해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규제도 사실상 당국의 감시 아래 반 강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불법주식투자의 범위를 무한대로 확대한 시장질서교란행위 규제도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당국의 규제완화 정책이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결국 업계의 목소리를 귀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자본시장의 특성상 규제완화의 부작용이 예상된다면 그만큼 책임도 강화하는 쪽으로 대책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손발을 다 묶어놓고는 모험자본을 활성화해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육성하겠다는 당국의 공언은 현실화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경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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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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