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금융 거래시 해킹을 막는 '블록체인'의 금융권 도입을 두고 정부와 업계간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 사용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금융거래기술로, 기존 금융 시스템에 비해 비용 절감과 해킹 예방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산업계는 이 기술을 활용한 핀테크 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정부는 기술을 추가 검증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일 개최한 '핀테크 해외진출 원탁회의'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과 금융회사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간 협업을 통한 해외진출 성공모델을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오갔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이날 "블록체인은 중앙집중화 되어있는 기존의 금융시스템을 분산화함으로써 시스템 운영비를 획기적으로 경감할 수 있고, 해킹과 위·변조 등에 강해 보안성이 뛰어나다"고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기존 은행 시스템은 금융거래 내용이 은행 서버에만 저장되는 중앙집중식이어서 거래량이 많아지면 서버비용이 늘어나고 대규모 해킹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이와 달리 블록체인은 거래내용이 개인 컴퓨터에 저장되므로 은행은 서버비용을 줄일 수 있고, 해킹이 발생해도 개인 PC 수준에서 그칠 수 있어 대규모 해킹 우려도 적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로는 외환송금과 장외주식, P2P(개인 대 개인) 거래, 무역 EDI(전자문서교환) 상호 확인 등이 있다.
해외송금 업체 스트리미의 이준행 대표도 "금융거래할 때 기존 금융 네크워크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다"며 "이에 따라 ICT 기업의 역할이 증대되는 등 금융서비스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내다봤다.
은행 관계자들 또한 "씨티그룹 등 글로벌 은행 30개사가 참여한 R3CEV 컨소시엄에 참여하거나 그와 유사한 국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R3CEV는 블록체인 송금·결제 시스템 개발을 위한 글로벌 블록체인 연합체다.
반면, 금융결제원·금융보안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은 "아직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경제적·기술적 검증이 필요한 단계"라며 "초 단위의 거래처리가 필요한 실시간 업무보다는 일정시간을 대기해도 무방한 업무 위주로 적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종찬 금융결제원 핀테크업무실장은 기자와 만나 "외환송금 등 경우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될 수 있겠으나, 주식 거래와 실시간 결제 등 초 단위·대규모로 이뤄지는 업무는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해당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은 아니지만, 비트코인의 경우도 10만건 수준으로 거래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국내 핀테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과 인프라가 모두 확보돼야 한다"며 "금융회사와 ICT 기업 각자가 가진 장점을 협업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금감원은 이번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참고해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 간 상호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앞으로 국내 우수한 핀테크 기술을 가지고 해외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금융사와 ICT기업 간 상호협력이 중요하다"며 "IT 기술을 금융 서비스에 활용하는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원탁회의에는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금융사와
삼성전자(005930),
카카오(035720), 코인플러그, 스트리미 등 ICT기업 관계자를 비롯해 금융결제원·금융보안원 등 유관기관,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이 1일 열린 '핀테크 해외진출 원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