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비우고 낮추어야 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고 합니다. 냉철한 머리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가슴이 국민에게 더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김진태(63·사법연수원 14기) 제40대 검찰총장이 1일 2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이와 함께 30년 간의 검사 생활도 함께 마무리했다.
검찰총장이 임기제가 도입된 후 2년 임기를 모두 마치고 퇴임하기는 김 총장이 일곱 번째로, 2007년 퇴임한 정상명 전 총장 이후 8년만이다.김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 대검찰청 별관 4층 대강당에서 검사와 직원, 가족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퇴임식을 가졌다.
김 총장이 퇴임식에서 강조한 것은 수사 중에도 인간에 대한 이해를 잊지 말라는 당부였다. 그는 재임시에도 같은 말을 자주 했다.
김 총장은 먼저 "범죄혐의의 유무에 대하여는 명명백백하게 제대로 밝히되 살리는 수사를 해야 하고, 아집과 타성을 버리고 법과 원칙에 따라 바르게 처리하되 세상사는 이치와 사람 사는 정리에도 부합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아무리 사소한 사안이라도 그것은 늘 우주보다 더 무거운 인간의 문제임을 깊이 인식하고 인류의 미래와 우리 사회의 발전방향, 그리고 평화로운 공존 등을 염두에 두면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을 비우고 낮추어야 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며 "냉철한 머리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가슴이 국민에게 더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고 후배 검사들과 검찰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김 총장은 이와 함께 "오랫동안 폭넓은 경험과 훌륭한 인품을 겸비한 신임 김수남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여러분 모두의 힘을 한데 모아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길로 힘차게 나아가길 기대한다"며 후임 총장에게도 힘을 실어줬다.
김 총장은 끝으로 서정주 시인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라는 시를 낭독하며 퇴임사를 마무리했다.
김 총장은 퇴임사 전 대검찰청 간부들이 마련한 감사패를 전달하는 김수남 후임 검찰총장과 마지막 포옹을 하면서 검찰 직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 총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에서 근무했다. 이후 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검찰에 입문했다. 여러 굵직굵직한 사건을 담당하면서 특수수사로 이름을 날렸다.
1995년 안강민 당시 중수부장과 함께 '노태우 비자금 사건'을 수사했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비리사건 수사팀으로 활동했다. 97년에는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사건을, 인천지검 특수부장 시절에는 임창렬 경기도지사의 부인 주혜란씨의 거액 수뢰사건을 수사했다.
또 2002년 대검 중수2과장 재직시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 비리사건을 수사하는 등 권력형 비리 사건을 많이 맡아 매끄럽게 처리했다. 대검 형사부장을 맡았던 2009년에는 전국 쌀 직불금 부당수령자 1만9000여명을 수사하기도 했다.
대검 차장검사 시절에는 검란으로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퇴임한 직후인 2012년 12월4일부터 총장 직무대행을 맡아 검찰을 빠르게 안정시켰다. 이후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으나 사법연수원 동기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취임하자 검찰을 떠났다가 '혼외자 의혹' 사건으로 채 전 총장 역시 낙마하면서 후임 검찰총장으로 복귀해 검찰을 이끌어 왔다.
김 총장의 재임 중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동양그룹 주가조작 등 대기업 범죄나 국회의원 입법로비 사건 방위사업 등 국가재정 비리 사건, 이석기 내란선동 사건, 세월호 참사 수사 등이 대표적인 성과라는 평이다.
검찰 조직 내에서는 식품의약안전·금융범죄·산업안전·특허범죄 등 중점검찰청을 운영해 수사 전문성을 강화하고 공인전문검사 지정제와 수사팀장 지정·명시제 등을 통해 분위기를 일신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40대 김진태 검찰총장 퇴임식에서 김진태 검찰총장과 김수남 검찰총장 내정자가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