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한국과 일본을 거치며 연이어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빅보이' 이대호(33)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 30대 중반인 그는 양국 리그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높은 연봉과 확고한 위상을 누리고 있다. 안주를 꿈꿀 만도 하지만 이대호는 오히려 미국 진출이란 더욱 큰 목표를 내걸었다. 3개국서 모두 성공한 한국 야구선수가 나올 순간도 머지 않았다.
지난 11월3일 미국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공식 선언한 이대호는 오는 8~12일 진행되는 MLB 윈터미팅 참석을 위해 오늘(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의 네쉬빌로 떠난다. 윈터미팅은 매년 연말 30개 구단 관계자들과 에이전트가 만나는 자리로, 대형 FA(자유계약선수) 계약 및 트레이드 등 선수들의 계약도 잇따라 성사된다. 당장 이 기간 중 향후 거취가 결정되지 않아도, 윈터미팅은 이대호에 대한 프로모션 자리로 중요한 역할을 지닌다.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최고의 위치에 섰다. 지난 2001년 한국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로 프로 무대에 처음 오른 그는 한국 11시즌동안 총 1150경기에 나와 225홈런 809타점, 타율 3할9리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2010년에는 타격 7관왕이 되며 최우수선수(MVP)가 되기도 했다. 이후 2012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일본 리그로 떠났던 그는 오릭스(2012~2013시즌)와 소프트뱅크(2014~2015시즌)를 거치며 4시즌동안 총 570경기서 98홈런 348타점, 타율 2할9푼3리의 기록을 남겼다. 올해는 일본시리즈에서 2홈런 8타점, 타율 5할(16타수 8안타)의 맹타를 휘둘러, 시리즈 MVP의 영예에 오르면서 마무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투고타저(投高打低)로 일컫는 일본 리그에서 외국인이 거둔 성적임을 감안하면 아주 훌륭한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이대호를 탐낼 만한 요인은 많다. 키와 몸무게가 각각 190㎝와 130㎏가 넘는 이대호는 강한 홈런을 치는 선수로 꼽히며, 포스팅 절차를 거치면서 이적료 지불이 있던 박병호(29·미네소타)와는 달리 FA라 이적료가 없다. 더불어 그는 일본 리그를 손쉽게 평정했고 프리미어12 등 국제대회를 통해서도 빼어난 모습을 보여 낯선 환경의 적응 우려도 없다. 다소 많은 나이에도 미국 진출 전망이 밝은 이유다.
이대호는 MLB 구단들의 0순위 영입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성공에 필요한 각종 요소가 검증된 그는 급하게 일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 최우선 선수 거취가 결정되면 상황을 보며 차분히 협상하면 그만이다. 이대호는 MLB 에이전트 중 2015년 계약총액 4위를 기록했던 거물인 댄 로사노의 MVP스포츠그룹과 계약했고, 현재 에이전트는 협상 성공을 위해 준비 중이다.
이대호는 지난 11월3일 오전 서울 반얀트리 클럽&스파에서 일본에서의 귀국 인사와 향후 거취 설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몬티스스포츠매니지먼트그룹
"어릴 적 꿈인 메이저리거가 되서 한국 야구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이대호가 한국·일본 야구 경험을 토대로 더 큰 무대로 옮겨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현실 안주가 아닌 도전을 택한 이대호의 미래에 관심이 모여진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