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혹시'했더니 '역시' 입장 바꾼 주택기조

입력 : 2015-12-08 오전 9:51:30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교수
빠른 속도로 늘어난 가계부채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시장에서도 가계부책 대책이 내년 주택시장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특히, 신혼부부나 직장인 등 실수요 목적의 젊은 층 위주로 주택구매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택시장 침체도 우려되고 있다.
 
한 금융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중도금대출 잔액은 41조6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말 잔액인 32조5000억원과 비교해 9조1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올해 9월까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순증액 18조3000억원의 절반에 이르는 수준이다.
 
중도금대출의 급증은 올해 아파트 공급 물량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올해 신규분양시장 호황기가 계속되면서 건설사들이 밀어내기식으로 분양물량을 쏟아내면서 대출규모도 크게 증가한 것이다.
 
실제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50만가구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가 예상한 공급량인 연평균 27만가구를 크게 웃돈 것이다. 또한, 분양물량 증가에 따라 여기저기서 공급증가에 따른 2~3년 후인 입주 시점에 미분양 물량 급증도 우려되고 있다. 공급과잉 현실화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주택시장과 관련된 금융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시장 침체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금융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상환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소득 4~5분위 대출액이 높고, 주택 경매낙찰가율 등 지표적으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며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외부충격 등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부터 공급과잉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고, 가계부채에 따른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반면, 전세가격 상승이 여전히 높고, 매매시장 호황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분양시장 역시 투자자금까지 유입되면서 호황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시장은 질적으로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택시장은 대구와 부산 등 지방을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졌다. 또, 아이러니하게 하락한 지역들 역시 모두 지방도시 중심이었다. 2년 전 하락지역 대부분이 수도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군산은 올해 2.38% 하락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우선, 주택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행지표인 주택인허가량을 봐야할 필요가 있다. 지방은 올해 인허가 물량이 21.8% 증가했고, 수도권은 96.8%나 급증했다. 과거의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그동안 과잉공급에 따라 올해 인허가 물량이 줄어드는 등 정체된 지방도 대출규제가 내년부터 적용된다는 점은 주택시장 침체를 더욱 가속화 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격 하락기로 접어든 지방 시장의 하락세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부터 가계부채 대책이 시행되면 대출 억제 효과가 있을 것은 자명하다. 정부는 LTV와 DTI 완화를 연장하기로 했지만 분할상환을 원칙으로 적용해 대출자의 상환 부담을 높여갈 계획이다. 기존에는 담보중심이었지만 상환중심으로 심사기준을 바꾸고, 상시 점검반을 가동하는 등 가계부채 대책을 관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우선,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대출 총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투자수요가 특히 위축될 수 있다. 이는 분양시장에 바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집단대출 규제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어 실거주용 소형아파트나 주택을 주로 구매하는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들은 주택구매심리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줄기차게 내세웠던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거래를 늘리려는 정책과 모순되는 정책이다. 생애최초주택자금대출 등을 통해 젊은 수요자를 끌어들여 거래 활성화를 모색하더니 다시 그들에게 주택구입을 자제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꼴이다. 그동안 손바닥 뒤집 듯 바꿔버리던 정부의 정책 방향, ‘혹시나’ 했지만 또 한 번 ‘역시나’ 바뀌면서 실수요자들의구매심리가 한겨울 추위처럼 빠르게 위축되지나 않을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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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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