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뛰어넘기

입력 : 2015-12-08 오전 9:06:39
올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영화 <더 랍스터>는 양 극단에 관한 이야기다. 극중 커플이 되지 못한 싱글들은 도시에서 추방 돼 수용소 같은 호텔로 보내진다. 체류 50일 이내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한다. 반대편 숲에는 커플 세계를 거부하고 도망쳐, 커플이 되면 죽임보다 더한 고문을 당하는 외톨이들이 산다. 호텔 ‘체류자’들은 숲에서 외톨이 한 명을 죽일 때마다 하루씩 체류를 연장할 수 있다. 외톨이들은 체류자들이 커플이 되어 도시로 돌아가는 것을 저지한다. 커플들이 사는 도시, 외톨이들이 사는 숲은 각각의 구성원이 침범할 때 전쟁터가 된다. 극단을 체화한 개인은 전사가 된다.
 
 
<더 랍스터> 공식 포스터. 사진/바람아시아
 
IS 테러는 극단에 관한 이야기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그들은 종교적 가름이 무의미한 극단에 치달아 있다. 무자비한 살인과 테러를 자행하고, 사회의 ‘일반적 규범’을 거부한다. 파리 테러가 있던 밤, 그들은 겁에 질린 사람들에게 “신을 믿느냐”고 물었다. 신을 믿지 않는다고 답하거나, 프랑스인이라고 답할 경우에는 총을 쏴서 죽였다. 그렇게 130명이 죽었다. “상대방을 사랑하는가?” <더 랍스터>의 외톨이가 총구를 겨누며 커플에게 묻는 질문이다. IS는 사회를 거부하고 도망친 외톨이 같았다.
 
IS 파리 테러에 대해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자비를 베풀지 않겠다”고 했다. 대IS전선을 구축하겠다고 밝혀, 이것이 ‘전쟁’임을 명시했다. 일주일 새에 IS 근거지 시리아 락까에 10번이 넘는 공습이 이뤄졌다. 독일과 이란, 미국 등이 추가로 병력을 지원하고, 영국도 잇따라 공습에 참여했다. 시리아 정부군에 협조해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던 러시아까지 IS격퇴에 2000명 병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동참으로 마침내 ‘IS 대 서방국가’라는 전쟁의 그림이 잡혔다.
 
사실상 전쟁 구도가 그려지면서 자연스럽게, 테러를 척결하려는 다른 극단이 나타났다. 잇따른 ‘반(反)무슬림’ 정서의 확산이다. 미국 텍사스 주 이슬람 사원에는 인분이 뿌려지고 코란이 찢어 던져졌다.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에서는 무슬림 증오 범죄가 8배 이상 증가했다. 독일 극우단체 페기다(PEGIDA)는 드레스덴에서 ‘반무슬림’ 집회를 열었다. 대IS 전쟁에 시민군처럼 등장한 이들은 IS를 넘어서서 이슬람이라는 종교 자체에 가림막을 씌웠다. 이슬람계가 대부분인 시리아 난민에 대한 유럽 국가의 연이은 수용 거부는 이러한 반무슬림 정서가 국가 차원까지 커졌다는 방증이다. ‘근본주의’ IS를 거부하는 난민들은 무력하다. 이슬람을 버리거나, IS가 되거나. 양 극단을 선택해야 한다. 중간은 없는 듯하다.
 
 
독일 드레스덴에서 반무슬림 시위 중인 PEGIDA. ‘이슬람에게 기회를 주지 말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바람아시아
<더 랍스터>의 주인공은 계속해서 극단을 넘나든다. 란티모스 감독의 시종일관 차가운 시선은 주인공의 내면보다 양쪽 사회에 끼워 맞추는 그의 행위 자체에 렌즈를 맞춘다. 도시의 규칙에 따라 체류자가 되었다가, 상황에 쫓겨 외톨이의 세계에 뛰어든 그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려 버둥거린다. 제도에 대한 공감, 체계에 대한 이해는 없다. 그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양 칼날을 버둥거리며 뛰어다닌다. 극단의 반대에 극단이 있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IS의 반대에 반무슬림이 있다. 양 칼날로 버둥거리며 뛰어넘도록 하는 것은 극단에 대립하는 또 다른 극단이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