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산유량 동결이 결정된 이후 국제유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앞으로의 유가 전망도 어두운 가운데 OPEC의 회원국인 중동 산유국가들의 재정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신용평가기관들은 잇따라 산유국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며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 유가 하락에 재정 위기 확산
9일(현지시간) CNBC 등 주요 외신들은 현재 중동의 산유국들이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며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향후 3년 내에 재정이 바닥나는 국가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원유 생산이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이 큰 나라일수록 타격이 크다. 이들 국가들은 유가 하락으로 인해 재정수지 균형 유가도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OPEC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경우에는 재정 수지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 유가가 최소 배럴당 105.6달러를 기록해야 하지만 현재 유가는 30달러선까지 추락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재정적자가 1300억달러를 기록해, 총 GDP의 21.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 점유율 축소 우려감에 감산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원유 생산이 수출의 98%를 차지하는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이번 회의 때 강력히 감산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베네수엘라의 재정 수지 균형 유가는 117.50달러인데 최근 유가 하락으로 인해서 재정적자는 GDP의 24.40%에 달하고 있다.
앙골라와 알제리의 경우에도 재정수지 균형 유가는 110달러, 96.1달러며 이 두 국가들의 재정 적자도 GDP의 각각 14%, 4%를 기록하고 있다.
재정수지 균형 유가가 가장 낮은 OPEC국가는 쿠웨이트로 49.10달러인데 이 역시 현재 유가보다 높다.
경상수지 균형 유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알제리의 경상수지 균형 유가는 배럴당 90.4달러로 현재보다 훨씬 높고 이라크와 쿠웨이트는 각각 65달러, 41.1달러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빠르면 3년 늦어도 20년 안에는 이 국가들의 재정이 바닥 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국가들은 복지 정책을 포기하고 세금을 올리는 등 재정을 개선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SA) 재무부는 걸프지역 6개 산유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에서 부가가치세 도입을 의논했다. 그동안 걸프지역산유국은 무세금 정책을 펼쳐왔지만, 저유가로 재정이 크게 악화돼 세수 등의 카드를 꺼내 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재정 상태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어지는 가운데 전망도 어두워
이에 따라 이들 국가들의 신용 등급 하향 조정도 줄을 잇고 있다. 이날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브라질의 투자 등급을 가장 하위 단계인 ‘Baa3’로 낮추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이 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역시 무디스로부터 디폴트 가능성이 있는 ‘Caa3’ 등급을 부여받았고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 역시 부도 위험이 높은 ‘CCC’ 등급을 부여했다.
앙골라의 경우에는 투자등급을 상실한 ‘Ba2'의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피치는 앞으로 산유국들의 신용등급을 더욱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도 낮아지고 있는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3.0%와 내년 3.1%로 각각 전망했는데 UAE의 경제성장률이 4%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유가의 상승 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다음 회의가 열리는 6월까지 감산 가능성이 거의 없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OPEC이 감산을 결정하더라도, OPEC 회원국들이 여기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OPEC회원국들은 하루 생산량을 지키지 않고 몰래 더 많은 양을 생산한 경우가 많았던 만큼 감산 이후에도 유가 상승이 가능할지 알수 없는 상황이라고 CNBC는 덧붙였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