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야당 분열, 정치 퇴행을 가속화한다

입력 : 2015-12-13 오후 12:05:19
한국정치의 키워드는 통합과 분열이다. ‘합친’ 쪽은 이겼고, ‘갈라진’ 쪽은 패배했다.
 
1990년 3당 합당은 보수가 단일 대오를 형성하는데 단초를 제공했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이회창, 이인제 두 후보의 분열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패배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87년 국민들의 피와 희생으로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를 김영삼, 김대중 양김의 단일화 실패로 군부 출신인 노태우 후보에게 대통령 자리를 상납했다.
 
정치격언 중에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이 모두 보수정당이지만, 이 말은 현재의 새정치연합과 야권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한국 보수정당의 맥을 잇는 계보다. 합당도 있었고, 탈당도 있었으나 일관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계보가 복잡하지 않다. 한국의 보수정당들은 권력을 목전에 두면 일사불란하다. 뒤로는 싸울지라도 드러내놓고 분열하지 않는다.
 
반면 민주화 투쟁에 기여한 지금의 야당들은 계보와 계파로 연대와 이합집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선거정치공학은 의외로 단순하다. 표의 분산은 패배로 귀결되고, 표의 결집은 승리로 귀착된다.
 
2003년 민주당을 탈당한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창당한다. 2007년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추락하자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의원들의 탈당으로 대통합민주신당이 생긴다. 이후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으로 통합민주당이 발족한다. 통합민주당은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2011년 민주통합당으로 개편된다. 2013년 다시 민주당으로 당명을 개정하고,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이 탄생했다.
 
7년 동안 생겨난 비상대책위와 혁신위원회의 숫자는 헤아릴 수도 없다. 빈번한 당명 개정의 역사는 야당의 복잡한 계파와 구조적으로 융합하지 못하는 현재의 모습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시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명을 바꾸기로 했다. 유권자들은 새로운 당명에서 참신함과 혁신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까. 당명 바꾸기가 대척에 있는 정치세력의 흔적을 지우려는 시도로 인식될 수 있는 예민한 시점이다.
 
갈등을 넘어 분열과 적대가 고착화되고 일상화된 현재의 제1야당에서 지지자들은 그 어떤 정치적 희망도 발견하지 못한다. 이들의 대립은 결국 공천을 둘러싼 영역 다툼이다. 공천을 둘러싼 사생결단의 정치는 새누리당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원심력으로는 발전하지 않는다.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는 ‘민주주의를 만든 것은 정당이며, 정당 없는 민주주의는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갈등의 일상화는 생각할 수도 없다. 갈등 해결은 커녕 갈등을 표출해 내지도 못하는 정치가 통합을 외치는 위선적이고 몰정치적인 현상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당청 관계는 일방적이고 수직적 위계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 견제와 균형을 원리로 하는 대통령제에서 견제는 권력 융합으로, 균형은 우열 관계로 변질되었다. 여당과 야당의 정당 지지도가 두 배 차이가 나는 정치는 기형적이다. 권력을 잡은 측은 국민과 국회를 가벼이 여긴다. 야당이 견제 기능을 이미 상실한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폭주하기 마련이다. 정치의 속성이다. 청와대의 만기친람과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탓하는 일은 부질없다. 야당의 역할 포기와 직무유기가 한국정치를 절망하게 한다.
 
민주주의의 후퇴, 정치적 퇴행은 권력의 균형을 잡아 줄 정치세력의 부재가 가져다 주는 필연이다. 정치적 연대는 지향이 한 방향일 때 가능하다. 통합은 목표가 같을 때 이뤄질 수 있다. 목표가 계파의 이익을 챙기고 패권 유지에 안주하는 것이라면 통합은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필요하지도 않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변화의 에너지를 도출하기 위한 정치의 의미와 목표를 철학으로 정립하지 못하면 분열이 야권 재편의 밀알이 되기를 기대하기는 언감생심이다.
 
총선에서의 패배를 알면서도 정당내에서의 용렬한 패권에 안주하며, 생계형 정치를 연명해가는 정치, 그 정치에 제1야당의 각 계파는 전부를 건다. 야당이 건강해야 정치가 건강해진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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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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