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30일 국제통화기금(IMF) 집행이사회는 중국 위안화를 내년 10월1일부터 특별인출권(SDR: Special Drawing Rights)의 바스켓구성통화(현재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등 4개 통화)에 추가 편입키로 결정했다. SDR은 IMF가 회원국들의 공적대외준비자산을 보완해 주기 위해 1969년 인공적으로 만든 대외준비수단으로, IMF 회원국들간 금융협정 등에서 계산단위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은 물론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위안화의 SDR편입 의미, 그리고 국제통화질서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김주훈 KAIST 경영대학 초빙교수로부터 들어본다.[편집자주]
IMF는 5년마다 SDR의 바스켓구성통화가 적합한지 검토해오고 있는데 이번 검토에는 해당국(또는 통화동맹)의 ‘수출규모가 충분히 큰지?’, ‘국제거래에 있어 해당통화의 사용이 자유로운지?’가 주요 평가기준이었다. 이와 관련 위안화는 전자의 기준은 충족하고도 남지만 후자의 기준에는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평가다.
통상 주요 국제통화가 갖추어 할 요건으로는 지급결제수단, 계산단위, 가치저장수단의 세 가지 기능을 꼽는다. 위안화는 그동안 중국경제의 G2 부상과 중국정부가 취해 온 자본자유화, 금리자유화, 환율제도 개혁 등의 조치에 힘입어 2014년 12월 기준 세계 2번째 무역금융통화, 5번째 결제통화, 6번째 외환시장 거래통화로 부상했다.(인민은행 발표자료 근거)
이번 IMF의 위안화 SDR 바스켓구성통화 편입결정으로 위안화의 지급결제수단 및 가치저장수단으로서의 기능이 더욱 확충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국제무역에 있어 위안화에 의한 결제는 지금까지 홍콩과의 거래가 절반이상을 점해 왔지만 앞으로는 여타 지역과의 거래비중이 늘어나고 그 대상도 일반상품 외에 원유, 기타 서비스, 중국의 대외직접투자 및 공적개발원조 등의 결제비중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번 결정으로 각국의 외환보유액에서 그간 1%미만에 그친 위안화의 비중이 머지않아 SDR바스켓내 위안화 비중인 10%선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된다면 2013년 기준 전 세계 외환보유액 통화별 비중이 달러화 61%, 유로화 25%, 엔화 및 파운드화가 각각 4%인 점을 감안할 때 위안화의 세계 3위 부상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위안화의 국제계산단위로서의 기능, 특히 금융거래 표시통화 및 국제외환시장에서 기준통화 기능은 중국 금융시스템의 미흡 및 현존하는 자본거래 규제로 단기간 내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국제거래에서 실물거래보다 금융거래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상황에서 위안화가 진정한 주요 국제통화로서의 활용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금리자유화, 국내 금융·자본시장의 개방, 환율제도 개혁 등 자유화조치의 지속적인 추진과 회계, 공시제도, 신용평가제도 등 금융관련 각종 제도들의 선진화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일례로 국가간 위안화표시 금융거래 및 외환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거래자체에 대한 양적규제 완화도 필수적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위안화표시 금융상품의 가격이 자유시장기능에 의해 합당한 수준으로 결정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의 금융시장여건은 이런 조건을 형성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중국정부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나름 긴 안목에서 중국 특유의 전략을 추진해 왔다. 본토와의 자본거래에는 규제를 유지하면서 역외시장과의 거래는 국내 금융시장의 금리자유화 및 환율제도 개혁 등 금융자유화정책 진전상황에 맞춰 점진적 개방정책을 펴오고 있다.
역외시장의 범위도 개방초기에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자유시장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홍콩에 국한됐으나 이후 싱가포르, 일본 도쿄,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국 등 전 세계 시장으로 점점 확대해가고 있다.
중국정부는 위안화에 의한 대외무역결제 등 대외활용도 제고를 지원하기 위해 지금까지 29개 국가와 통화스왑협정을 체결하였으며 15개 국가에 위안화 청산은행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그밖에 엔화, 유로화, 싱가폴달러, 원화 등과의 직거래시장이 역외에 개설되어 있고 상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와 직거래통화도 11개(2015년 3월 기준)에 달하고 있다.
또 2014년 11월부터 상해-홍콩 주식시장간 상호투자(후강퉁)가 허용되고 향후 심천-홍콩 주식시장간 상호투자(선강퉁)도 계획돼 있어 앞으로는 시장개방폭이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채권시장의 경우도 금년 9월 최초로 외국 금융기관(HSBC 및 중국은행 홍콩지점)에 의한 위안화표시채권 발행이 본토에서 이루어졌으며 10월에는 처음으로 역외(런던)에서 위안화표시채권이 발행됐다.
본토 자본거래 개방과 관련한 중국의 전략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2013년 개장된 상해자유무역지대를 통한 점진적 자본규제 완화정책이다. 즉 동 지대에 진출한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에 대해서 역외와의 자유로운 외화 입출, 상해지역의 증권 및 선물거래소 거래, 기타 외환·무역결제의 규제완화 등을 허용해주되 점차 이러한 자유무역지대를 광동, 천진, 복건성 등으로 확대해가는 전략이다.
아울러 현재 중국정부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을 통해 내년 이후 추진할 ‘신실크로드’ 구축전략은 향후 위안화의 국제화를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정부가 이 계획과 연계된 이웃 국가들과의 금융거래의 확대 및 나아가 관련지역간 금융통합의 촉진을 겨냥하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개발개혁위원회의 발표자료(2015년 3월)에 의하면 중국정부는 동 전략을 추진함에 있어 관련국들과의 통화스왑 및 지급결제 규모의 확대, 아시아채권시장의 발전 도모, 관련국들의 기업 및 금융기관들에 의한 위안화 채권발행 증대 등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 확대를 적극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부터 시행될 중국의 제13차 5개년계획(2016년~2020년)에서도 중국정부는 ‘높은 수준의 개방형경제로의 발전’을 주요 정책목표의 하나로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지금까지와 같은 중국식방식에 의한 위안화 국제화정책을 앞으로도 견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미래연구원
지난 11월30일 IMF가 내년부터 중국 위안화의 SDR 바스켓구성통화 편입을 결정한 가운데,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