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의 박근혜 대통령 사생활 의혹을 보도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본 산케이신문의 가토 다쓰야(48) 전 서울지국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이동근)는 17일 명예훼손(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가토 전 지국장에게 이 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가토 전 지국장의 '박근혜 대통령의 사샐황 의혹' 보도와 관련해 다소 부절절한 측면이 있지만 공인인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거나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로, 대통령과 정윤회씨 등이 가토 전 지국장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시적 의사를 표시했다거나 처벌 의사를 철회한 적이 없었다"며 "검사의 공소제기는 적벌한 절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에는 '대통령이 당일 정씨와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은 긴밀한 남녀관계'라는 소문이 존재하고 그 소문 내용이 사실일 수 있다고 암시하는 방법으로 사실을 적시했다"면서, 단순히 소문을 소개하는 것에 불과해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다는 가토 전 지국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기사에 기재된 소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이 정씨의 당일 통신내역과 청와대 출입기록 등에 비춰 허위라는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국내에서 4년간 외신 기자로 근무했으며 지국장의 지위를 갖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가토 전 지국장이 기사를 작성할 당시 소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세월호 침몰사고라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임에 비춰 대통령의 당일 행적은 공적관심사로 볼 수 있으며 보도의 주된 취지는 대통령의 업무수행 비판이기에 대통령으로서의 박근혜에 대한 명예훼손을 침해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의 측면에서 볼 땐 허위 소문을 적시하고 의혹 제기에 그치지 않고 국가 차원에서 소문의 확산을 막으려 한다는 느낌이 들게 한 점 등에 비춰, 사인 박근혜의 사회적 평가를 심각하게 저하해 명예훼손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가토 전 지국장이 일본 국민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보도의 중심 대상은 대통령이지 어떤 남녀관계 소문이 있는 개인 여성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가토 전 지국장이 소문 내용을 허위라는 것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더라도 이 대상은 대통령으로 보일 뿐 대통령 직위에 있는 사인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씨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으로 볼 수 있으나 보도의 주된 대상이 대통령이기에 전달상 부주의는 인정할 수 있지만 비방 목적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판결은 가토 전 지국장이 잘못된 사실을 기초로 보도한 행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보도에 부적절한 측면이 있으나 공인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거나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에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가토 전 지국장은 재판부의 선고가 진행되는 3시간여 동안 피고인석 자리에 일어서서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검찰은 지난 10월19일 결심공판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명예훼손을 침해했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반면, 가토 전 지국장은 "명예훼손의 고의가 전혀 없었으며 기사에 문제가 있다면 형사가 아니라 민사로 가야 할 일"이라며 반박했다.
앞서 가토 전 지국장은 지난해 8월 일명 '증권가 찌라시'를 바탕으로 세월호가 침몰한 당일에 박 대통령의 행적에 의혹을 제기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나고 있었나?' 제하의 해당 기사에는 박 대통령이 당시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내용의 사생활 의혹이 담겼다.
이날 가토 전 지국장의 무죄 판결에 대해 한일 양국은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교부는 "가토 전 지국장의 기소로 야기된 부담 제거됐다"며 "한일관계 개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가토 전 지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사고 당시 행적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49)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