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산2저축은행 영업정지 전 인출은 부당"

예금보험공사 제기 상고심서 원고 패소 부분 파기

입력 : 2015-12-20 오전 9:00:00
부산2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직전 예금을 인출한 직원이나 그 가족은 예금자보호법 적용을 받는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를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부산2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강모(46)씨 등 이 은행의 직원과 가족 11명이 영업정지를 미리 알고 예금을 지급받은 것은 위법하다며 낸 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조모(37)씨와 그의 아버지 외 9명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부산2저축은행이 대규모 예금인출사태와 영업정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 직원 또는 직원의 친인척인 강씨 등 9명에게 위법한 절차를 거쳐 예금을 지급한 행위가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상당했다거나 불가피했다고 인정돼 일반 파산채권자가 파산재단의 감소나 불공평을 감수해야 할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앞서 부산2저축은행은 모기업인 부산저축은행이 지난 2011년 2월17일 영업정지된 후 대규모 예금인출사태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자 다음날 금융위원회에 영업정지를 신청했으며, 그 다음날인 19일 부실금융기관 결정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강씨 등은 부산2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 전인 16일부터 18일 사이 5400만원~1억2200만원의 예금을 인출했고, 이에 부산2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는 "파산재단의 책임재산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편파행위로, 지급받은 각 예금액에서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예금액 5000만원을 뺀 나머지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가 출석하지 않으면 원고의 주장만 받아들여지는 의제자백에 따라 부산2저축은행 직원 장모씨의 이종사촌 신모(39)씨에 대해서만 지급받은 예금액 약 5760만원에서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예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약 760만원을 예금보험공사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신씨 외 10명에 대해서는 "부산2저축은행의 영업정지 또는 파산을 예상할 수 없었으므로 선의의 수익자에 해당한다"며 " 나아가 다른 고객과 마찬가지로 저축은행의 부실을 우려해 예금을 인출한 것에 불과하고, 예금인출은 예금자의 권리로서 요청이 있으면 은행은 거부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예금인출행위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1심판결 중 조씨와 그의 아버지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과 신씨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조씨는 부산2저축은행의 계장으로 근무하면서 아버지와 어머니, 자신의 명의로 2011년 2월16일 당시 모두 3억7000만원 정도를 예치해뒀다가 전부를 인출했다"며 "이는 다른 부산2저축은행 직원 또는 일반예금자의 예치, 인출액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고액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2저축은행은 조씨에게 '영업정지 직전에 고객에게 영업정지 가능성을 알려 인출을 유도하거나 임직원 자신과 친인척 명의 예금을 인출했고, 예금주가 내점하지 않았는데도 부당하게 인출했다'는 부당예금인출, '고객 미내점 시간에 입금액이 100만원을 초과하는데도 입금전표에 출금계좌번호를 표시하지 않았다'는 금융거래 실명확인의무 위반을 이유로 감봉 3월의 중징계를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은 부산2저축은행이 강씨 등 9명에게 예금을 지급한 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하거나 불가피한 행위였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부인권 행사를 제한하는 사회적 상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모두에게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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