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물색 중인 김현수(27)와 이대호(33)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김현수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입단을 계약한 후 신체검사와 최종 발표만 남겨둔 상황인 반면, 이대호는 아직 팀을 확정하지 않았다. 기대에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한 팀이 있다는 사실만 미국 현지 언론 보도로 확인된 상태다.
김현수의 내년 볼티모어 입단 가능성은 점차 확실시되고 있다. 계약기간 2년, 총액 700만달러 조건에 합의한 데 이어 MLB에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볼티모어의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당시 입단에 합의한 정대현(37·롯데)이 메디컬 테스트 문제로 입단하지 못한 바 있는 볼티모어다. 김현수의 입단 발표는 오는 22일이 유력하다.
만 30세인 김현수에게 2년이란 계약 기간은 매우 유리하다. 한국에서 낸 수준의 성적을 MLB서도 낸다면 계약 조건을 개선해 재계약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볼티모어는 '신인' 김현수에게 기회의 팀이다. 중견수인 애덤 존스 외에는 확고한 주전 외야수가 없고, 현재 볼티모어는 왼손 타자가 귀하다. 김현수는 이같은 팀의 상황에 부합하며, 한국에서 큰 부상없이 10시즌 동안 1131경기에 출전해 142홈런 771타점, 타율 3할1푼8리라는 성적을 냈다. 김현수가 기회를 잘 살릴 것인지가 관건이다.
김현수. 사진/두산베어스
장기전 생각하는 이대호
이대호의 미국 진출은 내년 1월까지 내다보는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이대호의 측근은 최근 "계약을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현재 MLB 야수 계약이 끝나지 않았다. 여유를 갖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대호는 13일 윈터미팅 참가 후 귀국 인터뷰 때 "(단장들이) 내 생각보다 나를 상당히 많이 알고 있다. 아무래도 난 방망이(타격)로 살아남아야 할 선수인만큼 방망이에 관심이 많았다"라고 전한 바 있다.
이대호는 30대 중반이나 노쇠한 것은 아니다. 올해도 최고 활약을 보여줬고, 한국은 물론 일본서도 성공한 선수로서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은 검증됐다. 수비도 딱히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그렇지만 MLB 단장들은 이대호가 내세울 것이 결국 타격임을 안다. 이런 상황에 기간 2년, 총액 400만~500만달러를 제시한 팀이 나왔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이대호는 계약에 급하게 나설 이유가 없고 자존심이 상할 만한 조건에 미국으로 떠날 이유도 없다. 올해 뛰었던 팀인 소프트뱅크는 그의 잔류를 원하며, 더 나은 계약을 이끌 수 있다. 이대호와 에이전트 등이 내년 1월 중순 또는 이후까지 여유롭게 교섭하려는 이유다.
오히려 구단별로 부족한 부분이 명확해지는 시점에 자신에 맞는 팀과 계약하는 것이 금액과 주전 보장의 측면에서 낫다 볼 수 있다. 협상의 키는 이대호에게 있다.
이대호. 사진/뉴스1
만약 김현수가 최종 확정되고 이대호까지 MLB에 진출한다면 내년에는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 류현진(28·LA 다저스),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박병호(29·미네소타 트윈스)와 함게 6명의 한국 국적 선수가 MLB 무대에서 뛰게 된다. 이래저래 빅리그에 대해 내년 국내 야구 팬들의 관심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