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산업의 영세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 조정과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제약산업 선진화 정책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생산액+수입액)는 2014년 19조3700억원으로 2010년(19조3500억원) 대비 0.1% 성장에 그쳤다. 2013년(19조3200억원) 대비로는 0.3% 성장했다. 2014년 기준 전세계 의약품 시장(약 1210조935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다.
시장 규모는 정체된 상태지만 최근 5년간 업체 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의약품 제조업체 수는 2010년 593개소에서 2013년 684개소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소폭 감소해 612개소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600개소 이상이다. 도매업체 수는 2000년 이후로 계속 늘어나 2014년에는 2356개소에 달한다.
2014년 전체 의약품 생산 규모는 16조4200억원에 달한다. 이중 상위 20개사(7조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43% 정도다. 3000억원 이상 생산하는 업체는 11개사에 불과하다. 수출액은 2조5400억원으로 전체 생산 규모에 15%로 비중이 낮다.
국내 제약산업은 난립한 영세 업체와 복제약 위주 영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영세 제약사들은 막대한 금액이 투입되는 신약 개발 R&D의 위험도가 크다보니 복제약 생산에 집중했다. 복제약 약가가 높다는 것도 원인이다. 복제약 영업만으로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복제약 약가가 해외보다 높다는 것도 원인이다. 복제약 영업만으로도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 똑같은 복제약으로 경쟁하다보니 영업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리베이트가 만연하게 됐다. 수익성은 낮아져 R&D 재투자보다는 내수 영업에만 매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정부는 하향 평준화된 국내 제약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10년 무렵부터 제도적 변화를 시도했다. 해외보다 높이 책정돼 있는 복제약 약가를 절반으로 떨어뜨렸다. 리베이트를 척결하기 위해서 강력한 규제책을 시행했다. 또한 혁신형제약기업을 선정해 R&D 중심의 제약사에게 높은 약가 부여, 세제지원 등 각종 우대정책을 실시했다. 국내 제약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신약개발의 경쟁력을 보유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의 선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 자금력에서 우세한 상위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 R&D를 강화하고 있지만 영세한 제약사들은 살길을 모색하기 위해 세분화되는 기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제조업체와 도매업체 수가 줄지 않는 이유다. 정부 정책이 내수 위주에서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제약산업 선진화 정책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진 미진한 것"이라며 "중소제약사가 R&D와 연구를 외주에 주고 판매만 전담하고 R&D 전문 벤처회사나 소규모 다품목을 담당한 도매업체가 여러개 생기는 식으로 세분화돼 업체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시장은 한번 사용한 의약품을 잘 변경하지 않는 보수적인 처방 패턴을 보여 제도적 변화에 처방 패턴이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제조업체 수는 줄기 어려울 것"이라며 "글로벌 진출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보다는 해외 파이를 가져가도록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제도를 마련해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