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의약품 외산 제품이 싹쓸이

글로벌사 1~20위 포진…대외의존도 심화로 산업기반 취약 우려

입력 : 2015-11-29 오후 4:45:40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 의약품 매출 상위권을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의존도가 심화되면 국내 제약산업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토종 의약품의 저변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R&D에 투자하는 풍토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IMS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기준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비급여의약품 등 판매되는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7조원을 기록했다. 이중 외산 의약품(약 2조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다.
 
하지만 상위 매출을 올리는 의약품은 대부분 외산 제품이었다. BMS '바라크루드'가 729억원, 로슈 '허셉틴'이 509억원, 화이자 '리피토'가 506억원, 길리어드 '비리어드'가 452억원, 베링거인겔하임 '트윈스타'가 372억원, 화이자 '쎄레브렉스'가 318억원, 아스텔라스 '프로그랍'이 309억원, 아스트라제네카 '크레스토'가 303억원 순이었다. 또한 로슈 '타미플루', 사노피아벤티스 '란투스', 노바티스 '엑스포지', MSD '자누메트', 화이자 '노바스크', 애브비 '휴미라' 등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1~20위권 의약품 중에서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의약품은 5위에 오른 동아제약의 일반의약품 피로회복제 '박카스'가 434억원으로 유일했다. 토종 전문의약품 중에선 228억원을 기록한 한미약품의 고혈압복합제 '아모잘탄'이 21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중하위권에 토종 의약품들은 대부분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을 카피해서 만든 복제약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복제약은 신약의 특허기간(최대 20여년)이 지난 뒤 특허만료되면 판매가 가능하다. 국내 의약품 시장은 국산 제품 점유율이 70%나 되지만 복제약 위주여서 여전히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토종 신약은 26개, 토종 개량신약은 44개가 허가를 받았으나 상업적으로 성공한 제품은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20위권 의약품은 절반가량이 국내사가 공동판매(판매 대행)하고 있는 제품으로 나타났다.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와 신약 개발의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 국내사들은 몇년 전부터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을 경쟁적으로 도입해왔다. 글로벌 제약사의 검증된 신약을 도입해 판매하면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익성은 낮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공동판매의 경우 매출액에서 20% 정도만 원개발사로부터 판매수수료로 받는다. 판권회수의 위험도 있다. 1~3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원개발사가 부여한 목표 매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패널티를 받게 된다. 애써 대형약물로 성장해놨지만 판권회수를 당하면 한번에 매출이 하락하게 된다. 외산 제품 도입에만 매달리면 장기적으로는 R&D를 저하시키고 국내 시장 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약품 산업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 의약품 공급에 지장이 생기는 등 의약품 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경고다. 의약품 주권을 지키기 위해선 업계 스스로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국내사들이 R&D에 매진하면서 신약들이 다수 출시되고 해외 수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어 고무적"이라며 "의약품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사는 R&D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제도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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