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2015년 영화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연초 '국제시장'이 1400만 관객을 동원하더니, 여름 성수기에는 '암살'과 '베테랑'이 연달아 천만 관객을 끌어들였다. 천만 영화가 최초로 두 편 나왔던 2012년을 기점으로 벌써 4년째 한국영화는 1억 관객 돌파를 이뤄냈다.
2015년 천 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암살'-'베테랑' 포스터(왼쪽부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천만 영화 세 편
올해는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세 편이나 된다. '국제시장'과 '암살', '베테랑'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첫 천만 클럽에 이름을 올린 '국제시장'은 1326만 관객으로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기도 했다. 6.25 당시 흥남 철수부터 베트남 전쟁, 이산가족 상봉까지 한국 근현대사 속 50년을 버텨낸 덕수(황정민 분)를 통해 국내 장년층은 물론,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을 얻기도 했다.
두번째는 '암살'이다. 일제강점기 일제와 친일파를 향해 총탄을 쏜, '얼굴없이 사라진' 독립군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1930년대를 재현하기 위해 18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전지현을 비롯해 이정재, 하정우 등이 출연했다. 큰 스케일 외에 의미있는 메시지와 군더더기 없는 구성을 장점으로 지닌 이 영화는 청룡영화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코믹 액션 '베테랑'은 세 번째 천만 영화다. 서울 광역수사대 형사 서도철이 악독한 재벌 3세 조태오와 대적하는 내용이다. '베테랑'은 경제권력의 부당한 행실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류승완 감독은 이 영화로 첫 천만 영화 관객을 동원했다.
작품성 인정받은 작품 多
올해에는 천만 영화뿐 아니라 500만 이상 관객이 든 작품이 네 편이나 됐으며 1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도 22편에 달했다. 이 중에서 '사도', '검은 사제들', '내부자들' 등은 작품성과 함께 흥행력도 인정받으며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특히 '내부자들'은 19세 관람불가임에도 불구하고 6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외에도 신인 이병헌 감독의 '스물', 평단의 호평을 받은 '특종', 사주풀이와 유괴를 엮은 '극비수사', 200명 넘는 배우가 출연한 '뷰티 인사이드' 등 다양한 장르와 기발한 상상력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 유독 많았다.
이 과정에서 박소담, 안재홍, 성유빈, 이유비, 이유영 등 신예 배우들도 대거 발견됐다. 외적인 성장뿐 아니라 콘텐츠 내적으로도 큰 발전을 이룬 한 해였다.
그럼에도 여전한 부익부 빈익빈
빛나는 성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영화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고질병으로 꼽힌다. 대형투자사의 자본이 투입된 대형 영화는 흥행하고 있지만, 대형 투자가 적었던 작품 중 사라진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은 대형사들이 스크린을 과다하게 점령하는 스크린 독점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0위권 영화들 대부분이 1000개 이상 스크린에서 상영했으며, '어벤져스'는 1800개관, '암살'은 1500개를 육박했다. 이는 곧 다른 영화들의 상영기회를 빼앗고 관객의 선택을 좁히는 결과를 낳는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극장의 경우 철저하게 시장 논리를 따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경쟁을 제한하기 전까지는 양극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