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 '사도', 올 가을 영화계 뒤흔들까

입력 : 2015-09-03 오후 7:50:06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중간중간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수건을 들고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있었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사도' 언론시사회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불이 켜진 후에도 많은 취재진은 자리에 남아 긴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까칠한 취재진들 사이에서도 '걸작'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가 적지 않았다. 
 
이 영화는 이미 잘 알려진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는다. 영조는 송강호가, 사도세자는 유아인이 연기했다. 시나리오와 기획단계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온 이 작품이 3일 오후 2시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베일을 벗었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사도' 포스터. 사진/쇼박스
 
영화는 아들이 훌륭한 왕이 되길 원하다 못해 극심하게 집착하는 영조와 아버지의 질책과 비아냥에 견디다 못해 삐뚫어진 사도를 그린다. 스펙터클이나 액션, 유머도 없는 이 영화는 오롯이 이야기만으로 엄청난 몰입도를 선보인다.
 
이날 이준익 감독은 "아버지 없는 아들은 없다. 모든 인간은 같은 조건을 갖고 있다. 수 많은 다툼고 갈등, 상처가 이어진다. 그 아픔과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 누구나 노력을 한다"며 "그 상처를 넘어서지 못하는 순간에 비극이 발생하는 것 같다. 사도와 영조를 보면서 많은 관객들은 똑같지는 않겠지만 상처와 슬픔 등 유사한 심리와 감정을 느끼길 바랐다. 그래서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1000만 영화는 시대상을 담는다고 했다. '명량'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상을 그렸고, '변호인'은 좌·우가 아닌 정의를, '국제시장'은 세대간의 공감과 소통, '암살'은 아직도 잔재하는 친일파와 변절자에 대한 청산, '베테랑'은 경제권력의 부조리를 담았다.
 
이 영화에는 아버지 세대가 원하는 자식, 자식 세대가 원하는 아버지, 혹은 상사와 후배로 연결되는 상하관계 사이의 갈등에 대한 공감과 소통을 하고자 한다. 세대간의 갈등이 심한 국내의 정서와 맞물린다. 누군가는 영조를 이해하며, 혹자는 사도세자에 자신을 이입한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의 입장에 자신을 비추기도 한다.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세대 간의 공감과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 예상된다.
 
이 감독은 "이 영화는 사도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호기심이 작동했고, 그 호기심에는 책음을 져야했다. 그러면서 사도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어떤 사건 속에서 자신의 입장에 최선을 다했던 인간들의 모습은 비극적이나 아름다울 수 있다. 비극을 통해 자기 정화, 승화를 할 수 있다면, 그래서 현실의 수 많은 상처와 비극이 정화될 수 있다면, 이 시대에 사도를 불러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이 영화의 의미를 짚었다.
 
영조를 연기한 송강호와 사도세자를 연기한 유아인의 연기력은 대체 불가능한 수준이다. 사도를 영조의 영화로 만든 송강호나, 그런 송강호 앞에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유아인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송강호는 "영조는 개인적인 콤플렉스에 집착해온 왕이었고, 아들에 대한 과잉된 사랑이 있는 왕이었다. 이런 것들이 비극의 씨앗이라 생각했다. 노회한 정치인이자 콤플렉스로 범벅된 왕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최대한 진실되게 하려고 했다. 어쨌든 건강한 청년이 이 운명 속에서 변화하는 과정을 표현하려 했다. 잘 됐는지 모르겠지만 유념해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주변인물들도 맹활약한다. 영조의 친어머니인 인원왕후 역의 김해숙, 사도세자의 생모 영빈 역의 전혜진, 사도세자의 아내 혜경궁 홍씨 역의 문근영 등 빈틈없는 연기를 펼쳤다.
 
문근영은 "이 이야기는 다양한 시선에서 수 없이 많이 그려진 바 있다. 이 영화는 사도라는 인물을 더 심층적으로 다룬 작품이라 생각했다"며 "내 입장에서 연기한다기 보다는 사도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하며 사도 주변 인물의 한 요소라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오롯이 이야기만으로 높은 긴장감과 몰입도를 선사하고, 배우들은 최고의 열연을 펼치며, 세대 갈등이라는 시대상을 반영한 영화 '사도'는 오는 16일 개봉한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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