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스토리)'펀드환매 중단' 공포…하이일드 투자가 뭐길래

2007년 위기때와 다르지만…"하이일드 자산군 리스크 주시해야"

입력 : 2015-12-23 오후 12:39:18
하이일드 채권 투자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차갑다.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에서 고수익 자산으로 급속히 성장했던 하이일드 펀드에서 일부 환매중단 사태가 빚어지면서다. 1월에도 신용등급이 낮은 미국 회사채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하이일드는 해외의 부실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하이일드펀드는 투자자산의 신용도가 낮은 대신 수익률이 높은 고수익·고위험 채권에 집중 투자한다. 신용등급이 낮아 간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기업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고수익을 추구하지만 채무불이행이 생기면 감내해야 할 부담도 커진다.
 
글로벌 하이일드펀드 환매 사태
 
시장 불안의 발단은 미국의 자산운용사 서드 애비뉴 매니지먼트(Third Avenue Management)였다. 이달 초 약 7억8900만달러 규모의 기관투자자 대상 공모 하이일드펀드인 포커스드 크레딧 펀드(Focused Credit Fund)를 환매중단 및 청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원자재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에너지와 광산업 관련 기업의 부도가 증가하고, 미국 금리인상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부실기업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면서 펀드를 환매해달라는 수요가 급증하자 내린 조치였다.
 
곧 이어 부실채권 전문 헤지펀드인 스톤 라이온 캐피탈(Stone Lion Capital) 역시 같은 이유로 4억달러 규모의 펀드 환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14일에는 루시더스 캐피털 파트너스(Lucidus Capital Partners)가 9억달러 규모 하이일드펀드를 한달 내에 청산하겠다고 발표하며 시장에 혼란을 더했다.
 
이번 사태가 위기감을 더한 것은 지난 금융위기 직전에 비슷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 BNP 파리바는 서브프라임 MBS에 투자한 3개 펀드를 환매중단했고, 이는 서브프라임 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초였다.
 
 
2007년과 차별화…하이일드, 미 금리인상 수혜처로 주목
 
이번 사태와 관련해 펀드 환매가 도미노로 일어날 가능성은 낮게 보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환매 중단된 펀드는 기본적으로 고수익 고위험을 가정하는 투기등급, 하이일드 채권이지만, 2007년 당시 BNP에서 환매했던 펀드의 기초자산은 AAA 혹은 AA등급의 투자적격등급의 채권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진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하이일드 투자에 부정적 인식을 높여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섹터 전반에 매도세를 늘릴 수 있지만, 일반적인 하이일드펀드는 매매가 비교적 활발한 BB급과 B급의 비중이 커 환매 중지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 하이일드 시장의 불안은 원자재 가격 하락과 연관돼 있어 원자재 관련 산업 중에서도 한계기업들이 퇴출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하이일드 채권에는 고금리를 원하는 수요가 최근 몇년간 지속적으로 자금을 유입했다. 금리인상을 앞두고서는 오히려 주목받았다. 지난달 미국계 자산운용사 AB자산운용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때문에 내년은 유동성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커질 것"이라며 "하이일드 채권 투자는 그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익을 반전할 기회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당시 거숀 디슨펠드 하이일드 채권 담당 이사는 "지나치게 수익을 추구하면 무리수를 둘 수 있다"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CCC 등급 기업에 집중 투자하면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요 하이일드펀드 수익, 1년내 대부분 마이너스
 
올들어 하이일드펀드의 수익률은 어땠을까. 23일 펀드평가사 한국펀드평가에 의뢰한 결과, 운용규모가 큰 주요 펀드(ETF 포함)들은 연초 이후 대부분 손실권인데, 특히 최근 6개월 사이 낙폭을 키웠다. 3년 수익률부터는 대부분 10% 안팎의 수익권이다.
 
운용규모 순 6개월 성과를 보면, 'AB글로벌고수익(채권-재간접)C-형A'가 6.37% 손실인 것을 비롯해 'JP모간단기하이일드[자](채권)A'(-4.81%), '블랙록미국달러하이일드(채권-재간접)(H)(A)'(-6.99%), '피델리티아시아하이일드[자])(채권-재간접)A'(-2.15%), '프랭클린미국하이일드[자](채권-재간접)A'(-13.10%), '이스트스프링미국하이일드[자](H)(채권-재간접)A'(-9.99%) 등이 부진했다.
 
김병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일드 채권의 유동성 악화가 금융위기로 이어지진 않는다도 펀드 환매 중단과 원자재가격 하락 때문에 리스크를 피하려는 대규모 펀드런으로 이어질 경우 다른 섹터로 확대되어 하이일드라는 자산군 전체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단기자금시장 변화를 주시할 것을 당부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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