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개정시한이 종료되는 선거구 획정안과 관련해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결국 여야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염두 해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야당의 내분으로 협상 대상자를 잃은 새누리당은 선거구 획정안보다 쟁점 법안 처리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거구 획정안과 관련해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결국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는 24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여야 대표를 만나 협상을 벌일 예정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현재 여야 합의는 한 발짝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특히 현재 야당은 내분으로 선거구 획정안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인다.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으로 분당의 기로에 서 있다.
이 때문에 여야 대표단은 마지막까지 협상을 끌고 가는 모습을 보이다 결국 정 의장의 직권상정으로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합의를 하려고 했으면 지금까지 이 문제를 끌고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 의장은 지난 1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올해 연말을 넘기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지금 여러분 모두가 잘 알고 있다”며 “12월 31일이 지나면 입법비상사태라고 지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입법비상사태가 발생이 되거나 그 직전에는 의장이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로서는 그런 특단의 조치라는 표현을 썼습니다마는 연말연시쯤에 제가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그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씀을 제가 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구 획정안에 대한 정 의장의 발언 이후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현재 수면 위로 가라앉은 상태다. 새누리당은 대신 쟁점 법안 처리에 매진하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전날 이례적으로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원 원내대표는 특히 쟁점 법안이 걸려 있는 각 상임위 간사까지 모아 법안 처리를 압박했다. 선거구 획정안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쟁점 법안 처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급기야 지도부의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다 못한 이재오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선거구획정문제는 새누리당의 눈으로 국민을 보지 말고, 국민의 눈으로 새누리당을 봐야 한다”며 “선거구획정도 안 됐는데, 전국 예비후보 등록을 비롯해 선거국면으로 넘어갔지 않느냐. 여당이 설사 1~2석 손해를 본다 하더라도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무성 대표는 "기본적으로 맞는 말씀이고 저도 그러려고 한다. 그런데 야당이 요구하는 것은 원내 1당이 원내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하는 것을 우리보고 하라는 것"이라며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원내 안정 과반수는 중요한 문제”라고 맞받았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재오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머리를 맞댄 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