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청구권협정 헌소 '각하'…"재판 전제성 없다"(종합)

'1엔당 2000원 미수금 지급' 법률은 '합헌' 결정

입력 : 2015-12-23 오후 3:31:45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된 피해자의 대일본 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지난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3일 강제노역으로 부친을 잃은 이윤재씨가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 제1항이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에서 본안 심판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했다.
 
또 헌재는 구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6(합헌):3(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 제1항, 제3항 부분과 국외강제동원자지원법 제18조 제1항 부분은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며 "따라서 이들에 대한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한일청구권협정은 지원금지원 결정의 근거 규정이 아니고, 당해 사건에 적용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협정조항이 위헌이라고 하더라도 당해 사건에는 영향이 없다"며 "따라서 재판의 전제성이란 적법요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한일청구권협정 조항에 대해 각하한 것이고, 한일청구권협정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구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의 합헌 결정에 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피징용자의 미수금을 1945년 당시 1엔당 2000원으로 환산하도록 한 산법은 그 나름의 합리적 기준으로 화폐가치를 반영하고 있다"며 "따라서 위 미수금 지원금의 산정방식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반면 박한철·이정미·김이수 재판관은 "1엔당 2000원이라는 기준은 미수금의 현재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앞서 이씨는 2008년 11월27일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지원위원회로부터 일제에 군무원으로 강제동원된 부친의 사망 당시 미수금 5828엔에 대해 1엔당 2000원으로 환산한 1165만원의 지급 결정을 받았다.
 
이에 이씨는 이 미수금에 대한 지원금 지급 결정이 현재 가치를 반영한 정당한 보상이 아니라며 2009년 10월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고, 이 신청이 각하되자 그해 1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한일청구협정 제2조 제1항은 "양 체약국은 양 체약국과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이익과 양 체약국과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1951년 9월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명된 일본과의 평화조약 제4조 (a)에 규정된 것을 포함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명시됐다.
 
구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은 "국가는 미수금 피해자 또는 그 유족에게 미수금 피해자가 일본 또는 일본 기업 등으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었던 미수금을 당시의 일본 통화 1엔에 대해 대한민국 통화 2000원으로 환산해 지급한다"고 규정됐다.
 
최진녕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헌재가 헌법소원의 적법 요건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것으로서 국민의 권리 구제보다는 한일관계 등 외부적 요인을 지나치게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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