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BBC Three’ 채널을 폐쇄하고 2016년 2월부터 온라인 전용 방송으로 전환한다. 방송시장의 디지털·모바일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으로서 내린 묘책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The Telegraph)에 따르면 BBC 조직의 최고의결기관인 BBC 트러스트(Trust)는 지난 2014년 3월 토니 홀(Tony Hall) BBC 총괄이사가 제안한 BBC Three의 온라인 전환 계획을 최근 승인했다. BBC Three의 방송 종료를 막기 위해 27만 건의 청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BBC 트러스트 측은 “젊은층의 온라인 방송 시청 행태가 증가하고 있다”며 “BBC도 시청자들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BC에 따르면 16~24세 젊은층은 방송 시청 시간의 50%를 TV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소비했다.
BBC 조직의 최고의결기관인 BBC 트러스트(Trust)는 지난 2014년 3월 토니 홀(Tony Hall) BBC 총괄이사(사진)가 제안한 BBC Three의 온라인 전환 계획을 최근 승인했다. 사진/로이터·뉴스1
지난 2003년 론칭한 BBC Three 채널은 주로 젊은층에 특화한 오락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채널 폐쇄 이후 해당 콘텐츠는 온라인 VOD 서비스인 BBC 아이플레이어(iPlayer)를 통해 서비스된다. 또 스마트TV, 셋톱박스, 게임 콘솔,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다.
데미안 카바나(Damian Kavanagh) BBC Three 책임자는 “BBC Three는 폐지되는 게 아니라 온라인에서 재발견되는 것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장소에서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BBC 아이플레이어, 뉴스온라인을 이을 차기 혁신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채널 전환으로 BBC는 총 5000만파운드가 절감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3000만파운드는 BBC One 채널에서 방영할 신규 드라마 제작에 사용된다. BBC Three 폐쇄에 따라 BBC One과 BBC Two 채널은 젊은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더 많이 방영하도록 요청받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14년 방송시장의 전체 매출액 규모는 14조7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지만 성장률은 둔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상파방송 매출액은 1085억원으로 2.8% 증가했으나 매출액 점유율은 감소 추세다. 방송광고시장 침체와 비용 증가 등으로 지난해 지상파 3사 본사의 영업이익률도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이런 가운데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VOD 매출 신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유료 VOD 매출 중 지상파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율은 33% 정도다. OTT(Over The Top) 서비스 이용도 점차 증가 중이며,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 OTT 시장 규모가 지난해 1926억원에서 2019년 6345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시장은 유튜브가 8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내년에는 넷플릭스도 한국을 공습한다. 포털, 이통사 등 새로운 미디어 패권주자들이 전통적 미디어 사업자들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BBC의 파격 행보가 국내 시장에도 귀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