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특별위원회는 성탄절 마라톤 회의를 통해 사실상 ‘컷오프’와 ‘전략공천’의 길을 열었다. 이는 그동안 김무성 대표가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들이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 공천 싸움에서 김 대표가 친박(친박근혜)계에 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친박계는 컷오프와 전략공천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을 대거 국회로 입성시키려 하고 있다.
공천특위는 28일 지난 3일간 특위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정치 신인에게 10%, 여성 신인에게 20%의 가점을 주고 총선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을 사퇴한 후보에는 10%의 감점을 주는 방안 등이다. 또 특위는 비례대표의 여성 할당 비율을 현행 50%에서 60% 이상 3분의 2 이내로 확대키로 했다.
아울러 공천특위는 ‘험지차출’ 등으로 영입한 인재는 현행 당헌·당규의 단수추천 대상에 포함시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영입한 인재를 무조건 단수추천 한다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월등한 경우 단수추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특위가 단서를 달았다고는 하지만 단수추천제와 우선추천제를 허용하면서 사실상 전략공천의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날 열린 회의에서는 단수추천제 및 우선추천제를 논의할 때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비박(비박근혜)계에서는 단수추천제와 우선추천제는 당헌·당규상에 있는 내용으로 절대 전략공천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를 통해 결국 전략공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수추천제는 월등한 경쟁력을 가진 후보의 경우 경선 없이 공천을 주는 제도이고 우선추천제는 후보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특정 후보를 우선 공천하는 제도다. 문제는 김 대표가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의 ‘험지 차출’을 건의할 때 “이들도 경선을 해야된다”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단수추천제와 우선추천제가 최고위를 통과할 경우 사실상 경선 없이 공천이 이뤄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동안 오픈프라이머리 등 공천권을 국민께 돌려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김 대표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천특위 위원장인 황진하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단수추천·우선추천제에 대해서 '이렇게 했다'고 보고를 드렸지만, 최고위원들도 한 두분 빠지고 해서 최종적인 논의 후에 후속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단수추천제도가 논의됐는지를 묻는 기자들에게 “묻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공천특위는 현역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 강화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이뤘다는 점에서 비박계가 이중으로 밀리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역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 강화를 기본 방향으로 정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비박계가 부정하고 있는 ‘컷오프’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이 당규로 정한 현행 부적격 기준 중 ‘유권자 신망이 부족한 자’, ‘기타 추천 부적합자’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컷오프’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는 이를 폭넓게 해석해 대거 현역 의원 탈락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박계는 이를 가능한 좁게 해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향후 현역 의원 자격심사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친박과 비박간의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공천특위는 경선 여론조사의 국민-당원 비율, 결선투표의 가점·감정 부여 여부 등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특위는 연내 확정을 목표로 이달 29일이나 30일중 한 번 더 회의를 열어 최종안을 낼 계획이다. 최종안은 최고위원회의 추인·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