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본 금융권 이슈)기은·산은 국책은행장 엇갈린 평가

국책은행 본분 지킨 '기업은행'…기업 부실로 곤혹 '산업은행'

입력 : 2015-12-29 오후 2:00:00
올 한해 국책은행 수장들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국내 첫 여성은행장으로 취임해 화제를 모은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마더리더십'을 발휘해 많은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 반면,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산업은행이 관리하던 기업들이 잇따라 부실화되면서 곤혹을 치렀다. 
 
◇권선주표 '마더리더십' 통했다…기술금융·핀테크 성과 ‘두각’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지난 2013년 12월 기업은행 수장으로 취임한 뒤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에게 '최초의 여성 부행장', '최초 여성 지역 본부장'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전례가 없었던 임용인 만큼 사람들의 기대감은 컸다. 반대로 청와대 코드인사라는 의혹과 더불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권행장은 올해 굵직굵직한 성과로 이런 우려를 보란듯이 해소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기업은행 창립 54주년 기념행사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 행장은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따스함으로 기업은행 직원들을 보듬어 안으면서, 하나 둘씩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 먼저 그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기술금융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기술금융 누적대출 잔액은 지난 11월 기준으로 14조5575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국내 은행권 통틀어 최대 규모다. 중소기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은행으로써의 본분을 지킨 것이다. 기술금융은 중소기업의 재무재표나 담보가 아닌 기술력에 기반해 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권 행장은 금융과 기술을 접목시킨 핀테크(FinTech)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금융권 최초로 안구홍채를 활용한 무인점포를 홍채인증 ATM을 선보인 것이다. 홍채정보를 활용하면 카드나 통장 없이도 ATM기기를 통해 금융거래를 할 수 있어 편리하고 은행의 운영 비용도 줄어 일석이조다. 권행장은 이 홍채인식 ATM을 직원 대상으로 시범운영하고 안전성과 보안성이 검증되면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권행장은 은행권 최초로 영화 '연평해전' 투자주관사로 참여하며 문화콘텐츠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등 기존의 투자관행을 깨는 파격을 시도하기도 했다.
 
◇홍기택, 진땀났던 한 해…기업 부실로 '곤혹'
 
홍기택 회장은 올 한해 크고 작은 기업 부실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산업은행에서 관리하는 기업이 잇따라 부실의 늪에 빠진 탓이다. 대우조선해양이 3조원이란 대규모 적자를 낸 당시에는 '산업은행 책임론'이 나오기도 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하고도 부실 조짐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메모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업은행이 동부그룹과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제 홍 회장은 오는 2017년까지 비금융자회사를 모두 매각하고 산업은행에서 주로 맡았던 기업 구조조정 업무도 유암코로 넘기기로 했다. 산업은행 본연의 정책금융 역할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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