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이혼 결심을 알리는 편지를 한 언론사에 보낸 배경을 놓고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뒤 사실상 관계가 끝난 결혼관계를 정리하려 했으나, SK그룹 수뇌부가 완강히 반대해 뜻대로 하기 어렵자 언론을 통해 여론화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한 홍보대행사가 최 회장의 뜻이라며 보도를 요청해 온 것이었다. 최 회장이 SK그룹이라는 공조직의 반대에 부딪히자 지인을 통해 여론화를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최 회장의 메신저는 최 회장이 혼인 관계를 정리할 뜻이 확고하며 언론을 통해서 이를 공표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보내온 자료는 최 회장이 사면으로 석방된 이후에도 별거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8월 이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돼 있었다. 아울러 "이혼이 이번에는 설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불화설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초에 있었던 최 회장 생일에 가족 모임조차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혼 소송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데 대해서는 "가정사를 법정으로 가지고 가서 시끄럽게 하기 어려운 사회적 신분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내연 여성과 10여년 가량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자녀가 커 감에 따라 혼인 관계를 정리할 필요를 느끼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혼에 대해서는 사회 여론 악화와 상속 등 경영권 이슈를 우려해 그룹 수뇌부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14년 횡령혐의가 확정돼 복역하다가 올해 8월 광복절특사로 사면을 받았으며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이 아직 수감 생활 중인 만큼 이혼 사실이 공론화될 경우 회사에도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할 경우 재산 분할에 따라 경영권이 약화될 우려도 있다.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서는 이혼이 여의치 않다는 결론에 다다른 최 회장은 언론 등을 통해 공론화해야 한다고 결심했으며, 홍보대행사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한편 SK그룹은 지난 <뉴스토마토> 기사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으나, 이번에는 최 회장 측이 편지를 통해 직접 본인의 의사를 밝히자 공식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손정협 기자 sjh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