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사고가 쌍방과실로 발생했다면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약정했더라도 보험사는 가해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1단독 김현곤 판사는 KB손해보험이 훈련캠프업자 이모씨를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이씨는 KB손해보험에 62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의 사망은 A복지법인과 이씨 쌍방과실로 발생한 것이므로 A복지법인과 이씨는 피해자에게 공동으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A복지법인의 보험사인 KB손해보험은 이씨가 당초 부담해야할 부분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씨가 인명구조장비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캠프를 운영한 점, A복지법인은 이씨에게 지적장애학생 등이 포함돼 있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A복지법인과 이씨 과실비율은 4대6으로, 이씨 책임비율은 60%"라고 판시했다.
앞서 A복지법인 소속 지적장애 3급 학생 김모씨는 2012년 7월 이씨가 운영한 여름방학 훈련캠프에서 해안 물놀이를 하다 조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김씨를 구조하기 위해 물속에 뛰어든 박모씨도 숨졌다.
이 사고로 이씨와 당시 학생들을 인솔했던 A복지법인 소속 B중학교 김모 교장은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씨 유족들은 KB손해보험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고, KB손해보험은 유족들과 합의해 보험금 1억2000만원을 지급했다.
A복지법인은 사전에 제3자에게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할 경우 그를 배상받는 내용으로 KB손해보험과 영업배상책임보험 계약을 맺었다. KB손해보험은 이씨가 발생시킨 손해액을 자신들이 부담했다며 이씨에게 구상금 8400만원 청구하는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이씨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고 박씨 유족에게 장례비용을 포함해 2470여만원을 지급했다며 KB손해보험에 대한 채무도 면제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가 채무자 가운데 1인에 대해 손해배상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거나 면제하는 의사를 밝혔어도 다른 채무자(A복지법인)에 대해서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