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국내소송 첫 기일, 내년 2월 법관인사 뒤로 밀릴 듯

원고 계속 증가·독일 본사와 의사조율도 지연 이유

입력 : 2015-12-28 오후 4:53:59
지난 9월30일 처음 제기된 국내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 소송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2일(미국 현지시간) 첫 심리가 열린 미국에서의 소송에 비해 훨씬 더딘 속도다.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은 폭스바겐과 아우디 국내 소유주 두 명이 지난 10월23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연방지방법원에 집단소송을 낸 뒤 지난 8일 캘리포니아 북부 지구 미 지방법원 찰스 브라이어(Charles R. Breyer74) 수석판사(74)에게 배당됐다. 이후 14일 만에 첫 심리가 열렸다.
 
물론 미국과 국내소송을 단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이미 유럽을 비롯한 미국에서는 처음 게이트가 불거지자 바로 소송전이 시작됐다. 그동안 미국 각 주 법원에서 접수된 폭스바겐/아우디 집단소송은 총 500여건으로, 원고는 50~60만명에 이른다.
 
앞서 미국 연방다주소송조정위원회(MDL)는 이 500여건의 소송을 병합 결정했으며, 브라이어 판사가 심리 중이다. 브라이어 판사는 첫 심리기일에서 소송의 쟁점과 방향을 대략적으로 밝혔으며, 배심원 공판 전 증거조사 등을 실시할 보조 판사 2명을 지명했다. 내년 1월21일 열리는 두 번째 심리기일에서는 원고 대리를 대표할 대표변호사들을 각국의 원고대리 변호사 중 선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9월30일 첫 소송이 접수된 뒤 28일까지 50여건의 소송이 추가로 접수됐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총 3847명이 원고인단으로 참여 중이다. 사건별 재판부도 대부분 배당됐다. 첫 소송은 서울중앙지법 205 민사단독 재판부에 배당됐다가 지난달 13일 민사합의 21부로 사건이 이송됐다. 원고 측이 이송을 신청했다. 민사 21부를 포함해 사건이 배당된 곳은 민사합의 10부, 16부, 17부, 22부, 31부 등 총 6곳이다.
 
그러나 28일 현재 기일이 지정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원고인단과 피고 폭스바겐 측간 답변서 한두 건이 오갔을 뿐이다. 지난달 있은 환경부나 국토부의 폭스바겐 엔진 조작 조사결과 발표도 소송에 속도를 붙이지 못했다. 
 
기일 지정이 늦어지는데는 폭스바겐 한국 지점과 함께 독일 본사가 피고인 이유도 있다. 재판부는 각종 소송관련 서류를 독일 본사로 송달 중이다. 피고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광장도 각종 소송관련 의사결정을 본사 내지는 본사를 대리하고 있는 영국계 로펌 프레시필드와 협의하고 있다. 그만큼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린다. 원고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도 한 이유다. 같은 쟁점을 다투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사건을 배당받았다고 해서 그 재판부만 독주하듯 먼저 재판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언제쯤 본격적인 기일이 시작될지 여부다. 지금 상황대로라면 다음달이 되더라도 기일 지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년 2월 초중순 법관 정기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소송은 빨라도 법관 정기인사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원고인단과 폭스바겐 양측 대리인들도 같은 전망을 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일 지정이 늦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이날 "현재 원고와 피고 양측이 소송 당사자를 지정하거나 답변서 등을 정리하는 단계로, 변론기일을 지정하기에 앞서 이뤄지는 통상의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 첫 소송은 10월29일 이송 신청을 받아 지난달 13일 합의부로 이송한 만큼 실제로는 한달이 조금 넘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선고 단계로 접어든 사건이 정기 인사가 맞물린다면 고려 대상일 수도 있겠으나, 첫 재판 기일을 지정하는 데 법원 정기 인사를 고려할 이유는 없다"고 말해 이번 사건과 법관 정기인사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지난달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이 국내에서 판매된 폭스바겐 경유차 6개 차종 7대를 검사한 결과, 문제의 EA189엔진(구형 엔진)이 장착된 티구안 유로5 차량에서 도로주행중 배출가스재순환장치(저감장치)를 고의로 작동시키는 임의설정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신지하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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