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와 관련해 폭스바겐/아우디 본사와 미국 현지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천문학적인 금액의 벌금을 청구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으로 고소·고발할 수 없다고 밝힌 공식 입장과 상반된 것으로 향후 정부 대응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에서 국내 피해소비자들을 대리해 폭스바겐/아우디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유한)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5일 "현지 시간으로 4일 미국 법무부가 폭스바겐/아우디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가 청구한 내용은 ▲벌금 900억달러(우리 돈 107조원) ▲NOx(질소산화물) 폐해 제거를 위한 제반조치 ▲폭스바겐/아우디의 향후 환경법규위반행위 금지처분 ▲미국정부의 지출비용 배상 등 네가지다.
이 중 핵심은 미국 법무부가 배출가스기준인증 위반을 근거로 벌금 900억달러 청구했다는 점이다. 앞서 한국 정부는 대기환경보전법 46조와 48조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폭스바겐/아우디를 고발조차 하지 않았다.
하 변호사는 이에 대해 "한국 환경부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폭스바겐/아우디를 당장 고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기환경보전법 46조와 48조 위반 혐의는 최대 징역 7년까지 선고될 수 있는 중대범죄다.
미국 법무부가 청구한 사항 중 NOx(질소산화물) 폐해 제거를 위한 제반조치도 주목된다. 앞서 미국 환경청은 폭스바겐/아우디가 제시한 리콜방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경우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면서 운행하고 있는 차량들에 대한 환불조치 논의가 불가피하게 된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집단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찰스 브라이어 판사 역시 지난 22일 첫 심리기일에서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어 환불 가처분명령이 내려질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한편, 폭스바겐/아우디가 조작을 인정한 EA189엔진과 관련해 국내에서 소송에 참여한 피해소비자들은 5일 현재 총 3937명으로 4000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바른은 미국에서 조작이 인정된 대형 3리터 디젤엔진과 신형 소형 EA288 엔진에 대해서도 미국 연방환경청과 캘리포니아주 환경청, 한국 환경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추가 소 제기 여부를 검토 중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폭스바겐 매장.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