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사태' 묵인 논란…주형환 "정부 불법행위 없다"

산업부장관 인사청문회서 답변…야당 "주 후보자, 현장에서 관여했다" 주장
전순옥 "비밀회의 등 깊숙이 관여"…한국, 5조6000억원 물어낼 위기

입력 : 2016-01-06 오후 4:54:20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54)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 세금 5조6000억원이 걸린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소송(ISD)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매각한 과정에서 주 후보자와의 연결고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론스타 사태를 묵인한 이유를 캐물었고, 주 후보자는 "불법 행위가 없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6일 주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론스타 사태 책임 공방으로 들끓었다. 더불어민주당 전순옥 의원은 "주 후보자는 지난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2012년 투자자-국가 소송를 제기할 때 현장에서 관여했다"며 "부당함을 바로잡아 국가 이익을 지키기는커녕 론스타 사태를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야당측에 따르면 론스타 사태와 주 후보자의 연결고리는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 후보자는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이었다. 이때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은행법이 개정됐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긴 주 후보자는 이듬해 7월15일 이른바 '관계기관 비밀대책회의'에 참석한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자리였다. 전 의원은 "당시 회의는 산업자본인 론스타의 인수 자격을 둘러싼 문제가 핵심이었다"며 "주 후보자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이를 모른 체하면서 국가적 손실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주 후보자는 회의에 참석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은 피해갔다. 그는 "당시 재경부 등 주무부처 실무자들이 외환은행 경영 상황과 론스타 투자 유치를 논의한 것으로 기억난다"면서도 "청와대 행정관으로 단순 동향 파악을 위해 참석했다. 과장급이었기 때문에 진행 경위를 알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주 후보자는 10년 뒤에도 론스타와 얽혔다. 론스타는 지난 2012년 11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투자자-국가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정부가 해외 투자자로부터 당한 첫 번째 소송이다. 투자자-국가 소송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한 나라의 불합리한 제도나 정책으로 피해를 당했을 때 국제중재기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다. 주 후보자는 이 무렵 기획재정부 차관보, 대통령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차관을 거쳤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늦추고, 차별적 세금을 물려 46억7900만 달러(5조5942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봤다는 이유를 댄다. 한국 정부가 소송에서 지면 이 돈을 론스타에 물어줘야 한다. 정부가 소송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주 후보자가 중책을 맡고 있었음에도 산업자본이라는 쟁점을 문제삼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 까닭이다. 주 후보자는 "투자자-국가 소송 분쟁이 진행되는 상황이라 그 부분을 말씀드리기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인 더민주 홍영표 의원은 "지금 시점에서도 론스타 사태가 잘못된 정책 결정이라고 보지 않느냐"고 캐물었다. 주 후보자는 "감사원 감사와 사법당국의 판단을 통해 광범위한 확인과 철저한 조사가 있었고, 정부 관계자의 불법행위가 없었음이 밝혀졌다"고 답했다.
 
론스타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선 투자자-국가 소송의 마지막 변론이 진행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송기호 변호사는 이날 국회에서 주 후보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소송 과정에서 산업자본인 론스타가 투자 부적격자라는 문제도 제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가 지난달 30일 민변에 보낸 절차결정서를 보면 론스타는 "산업자본에 관한 한국 금융법상 쟁점은 제기된 적이 없다. 론스타의 산업자본 지위가 쟁점이 아니라는 데 양 당사자가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는 "주 후보자는 이제라도 소송에서 이길 수 있도록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내정자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산자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던 중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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