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가왕' 조용필이 정치인에게 주는 교훈

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

입력 : 2016-01-08 오전 8:00:00
연말연시를 맞으면서 콘서트의 계절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연말에는 화려한 가수들의 공연들이 12월 달력의 마지막장을 꽉 채우며 음악팬들의 행복한 고민을 유발하기도 했다.
 
그 수많은 콘서트 가운데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12월 12일 2년 만에 열린 ‘2015 조용필&위대한탄생’ 전국 투어의 대미를 장식한 서울 체조경기장 무대였다. 이날 콘서트는 조용필이 왜 슈퍼스타인가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올해 65세. 쉼 없이 달려온 무대 인생에서 이젠 영악한 꼼수를 부릴 법도 한데, ‘가왕’은 여전히 한 치의 빈틈도 내보이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정확한 가사 발음, 날숨과 들숨의 흔들리지 않는 호흡법, 그리고 낙차 큰 커브가 스트라이크 존에 단숨에 꽂히듯 저음과 고음을 오갈 때 그 음에 정확히 안착하는 안정된 음정을 날카롭게 구사했다.이날 조용필은 ‘고추잠자리’로 공연의 첫 포문을 열었다.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흡사 퀸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멜로디와 편곡. 관객들은 금세 뜨겁게 열광했다 .이내 객석 여기저기서 “라이브 맞아?”하는 웅성거림이 들렸다. 음반을 튼 것 같은 순간의 착각이 라이브라는 사실을 깨닫자, 1만 여 관객은 그제서야 질서 정연하게 박수와 환호를 한 웅큼 쏟아내며 열광했다. 상대적으로 조용필의 음색을 더욱 또렷하게 들은 관객이 그의 음에 맞추기 위해 더 큰 소리와 화음으로 따라 불렀기 때문. 이른바 조용필 무대에서만 볼 수 있는 “떼창”이 바로 그것 이었다.
 
곡이 끝날 때마다 객석 곳곳에서 ‘형’ ‘오빠’라는 함성이 수시로 터져 나왔다. 조용필이 ‘비련’이란 곡으로 ‘오빠 부대’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 벌써 33년 전 얘기다. 40대 이상 관객이 스스럼없이 여전히 ‘오빠’를 외치는 풍경은 조용필의 무대에선 이제 더 이상 이색적인 장면이 아니다.30여 년간 곁에 있었던 팬심에 기댄 본능적 자세라기보다, 매년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으며 ‘최초’ 아니면 ‘최고’를 향해 달려가는 노장에 대한 현재 평가로 인식됐다. 빈틈을 보이지 않는 거장에 대한 감동의 표현을 ‘오빠’라는 말 이외에 달리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조용필은 장장 2시간 30분간 26곡을 불렀다. 이 곡 가운데 17곡이 조용필이 직접 작사, 작곡한 작품이다. 노래 도중 헛기침이 나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매일 녹음실에서 목청을 가다듬는 노력파 천재의 오늘은 계속 진화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날 조용필 가왕의 콘서트를 지켜보면서 가수든 무대감독이든 편집기사든 일급은 이런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우리 정치인들이 가왕의 콘서트를 보면 많은 교훈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정치는 왜,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국민들의 질문에 속앓이를 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바로 조용필의 이날 무대가 해답이 될 듯했다. 2015 조용필 콘서트. 그야말로 세대를 초월하고 성별을 뛰어넘어 모두가 하나 되는 축제의 장이었다. 체조경기장은 ‘가왕’ 조용필의 차지. 뽀글머리 아줌마 부대에서부터 흰머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점잖은 아저씨 부대까지, 중장년층이 올림픽공원을 누비는 장관 그 자체였다.
 
관객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신나게 몸을 흔들어 젖혔고, 곳곳에서 ‘떼창’이 터져 나왔다. 모두가 소년, 소녀시절 에너지로 온 몸을 가득 채운 듯 했다.
 
조용필이 직접 통기타를 둘러메고 ‘그 겨울의 찻집’을 연주하자, 관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를 시작했다.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의 그 찻집.” 드넓은 체조경기장이 순식간에 작은 라이브카페로 변했다.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4~50대 관객은 물론, 젊은 관객들까지 목청을 높였다. 공연의 마지막곡 ‘여행을 떠나요’와 앙코르 무대에서의 ‘모나리자’까지, ‘떼창’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이제 곧 정치의 계절이 다가온다. 2016년 4월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대선정국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여,야 할 것 없이 20대 총선을 불과 3개월 남짓 앞두고 벌이는 정치인들의 추태는 국민들로 하여금 실망을 넘어 탄식만 나올 뿐이다. 여당은 20대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계파간 이익을 위해 충돌하고 있고 야당은 입에 담기도 어려울 만큼 내부분열로 인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언제쯤 우리가 어깨동무하며 손잡고 함께 ‘떼창“을 열광 할수 있을까? ”국민들은 이제 단순히 시계바늘이 가르키는 것을 넘어 시계의 작동원리를 알려고 한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을 알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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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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