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대통령'이라 불리는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앞으로 4년간 농협을 누가 이끌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최원병 회장 연임으로 8년 만에 새로 뽑는 선거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는 6명의 후보 가운데 이성희·최덕규·김병원 후보가 3파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오는 12일로 예정된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6명의 후보자가 회장 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후보자는 기호순으로 이성희(66) 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최덕규(65)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하규호(57) 김천직지농협 조합장, 박준식(75) 서울관악농협 조합장, 김순재(50) 전 창원동읍농협 조합장, 김병원(62) 전 나주남평농협 조합장이다.
출신 지역별로는 수도권 2명(이성휘·박준식), 영남 3명(최덕규·하규호·김순재), 호남 1명(김병원)으로 3개 지역 구도가 형성됐다.
이중 이성희, 최덕규, 김병원 후보가 글로벌리서치(국민일보 의뢰) 여론조사 등 각종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어느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성희 후보가 24.8%, 김병원 후보가 15.9%, 최덕규 후보가 14.2%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 조사는 농협회장 선거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 113명을 대상으로 지난 5∼6일 이틀 동안 실시했다. 이들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개혁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성희 후보는 낙생농협 조합장을 거쳐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을 거쳤다. 38년의 조합 경험과 7년의 농협중앙회 경륜을 내세웠다. 최덕규 후보는 농협에 40년 넘도록 몸담으면서 형성된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힘있는 농협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김병원 후보는 호남지역 인사로 38년의 농협생활과 CEO 경륜으로 신뢰받는 농협을 만들 것을 강조했다.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직이지만 전국 1155개 지역 농협과 계열사 31곳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농협 조합원 수만 235만명으로 전체 농업인의 85%를 차지한다. 농업사업 뿐 아니라 금융사업에도 영향력을 끼친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또 농협중앙회장은 지역 농협에 지원하는 8조6400억원 규모의 무이자자금을 활용해 조합장들을 장악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손에 쥔다. 이에 정부에서 임명하던 중앙회장 자리가 1988년 민선으로 바뀐 이후 1~3대 회장이 줄줄이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후보자들은 역대 중앙회장들이 각종 비리를 저질러 구속된 만큼 조합장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고 사업부문은 계열사로 이관하는 내용의 공약을 내걸고 '개혁'을 외치고 있다.
한편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오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치러진다. 투표 이후 즉시 개표가 진행되며 당선자는 다음날 4년 임기의 농협중앙회장에 취임하게 된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왼쪽부터 이성희·최덕규·김병원 후보.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