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장, '강영원 무죄' 판결 공개 비판

"도저히 이해 못해…단호히 항소해 판결 부당성 다툴 것"

입력 : 2016-01-11 오후 12:00:00
이영렬(58·사법연수원 18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캐나다 정유회사 부실 인수(배임) 혐의로 기소된 강영원(65)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장이 법원의 무죄판결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반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단호하게 항소해 판결의 부당성을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검장은 "강영원 전 사장은 석유개발회사 하베스트의 정유공장 인수 당시 나랏돈 5500억원의 손실을 입혔고, 결국 1조3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손실이 났다"며 "이를 놓고 감사원에서 특별감사를 벌였고, 검찰에 고발하면서 엄벌을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에 따라 검찰은 엄정하게 수사해 책임자를 구속하고, 국민의 이름으로 기소했다"며 "그런데 재판과정에서 이와 같은 손실이 발생한 사실이 인정됐는데, 무리한 기소이고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하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 지검장은 "강 전 사장은 부실한 경영평가를 만회하려는 사적 동기로 적자 상태의 정유공장을 무리하게 인수했다"며 "자체 평가와 검증 절차도 없이 단 3일 만에 계약을 체결하고, 이사회에 허위 보고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손해 발생을 충분히 인식하고서도 적자 상태의 정유공장을 졸속으로 인수해 실제로 천문학적 손실을 초래했으므로 어느 모로 보나 기존의 경영 판단과 관련된 판례와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판결처럼 경영판단을 지나치게 폭넓게 해석하기 시작하면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게 되며, 그나마 유일하게 존재하는 검찰 수사를 통한 사후 통제를 질식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지난해 7월17일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약 55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강 전 사장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하베스트의 주당 가격은 캐나다달러로 7.3달러였음에도 석유공사는 10달러에 인수해 결국 이에 대한 차액 5500억원 만큼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석유공사는 적정성에 대한 내부 검토나 검증 없이 창사 이래 최대 사업인 하베스트 인수를 추진했고, 자문사와 민간 전문가의 부정적 의견에도 상류 부분인 하베스트와 하류 부분인 날(NARL)까지 인수했다.
 
이에 검찰은 그해 12월1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강 전 사장이 너무나 졸속이고 무책임한 인수 결정으로 국민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김동아)는 지난 8일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고인의 잘못이란 것들은 석유공사 조직이 아닌 피고인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적절하지 않거나 피고인 개인의 책임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강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날 이 지검장이 직접 강 전 사장의 판결을 공개 반박한 것에 대해, 최근 법원에서 배임죄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렬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해 12월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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