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우직하게 한 발씩 내딛던 '미생' 석현준(24·비토리아 세투발)이 FC포르투(포르투갈)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FC포르투는 선수 가치를 높여 되파는 것에 능해 '거상'이라 불리는 구단으로, 석현준의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석현준의 이적설을 꾸준히 제기해 온 포르투갈 언론 아볼라는 지난 9일(한국시간) "포르투가 석현준의 이적에 합의했다"며 "이미 석현준이 포르투에 도착해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비토리아의 마차도 감독 또한 현지 언론 오조고와 인터뷰에서 "석현준은 이제 우리 팀에서 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적이 확정적임을 밝혔다. 석현준의 이적료는 약 150만 유로(약 19억7900만원)로 추산되고 있다.
석현준의 포르투 이적은 꿈을 향한 발걸음의 결정판이다. 석현준은 꿈을 좇아 대륙을 오간 '미생' 혹은 '방랑자'라 불리는 선수다. 어린 나이에 6개 팀을 거치면서도 지독스럽게 자기만의 길을 걸었다.
석현준의 해외 무대 첫 진출인 2009년 아약스(네덜란드) 입단은 '달걀로 바위를 친' 대표적 사례로 회자된다. 신갈고를 졸업한 그는 당시 무작정 짐을 싸서 아약스 연습 구장을 찾아갔다. 이후 마틴 욜 감독에게 테스트 기회를 달라고 사정한 끝에 정식 계약까지 맺으며 화제가 됐다. 제대로 된 청소년 대표팀 이력도 없던 그의 아약스 입단은 국내 축구계에도 적잖은 충격이었다.
아쉽게도 아약스에서 석현준은 주전으로 올라서지 못했다. 1~2군을 오가다가 2011년에 방출했다. 하지만 그의 도전 정신은 계속됐다. 석현준은 흐로닝언(네덜란드), 마리티무(포르투갈), 알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 나시오날(포르투갈)과 지금 구단인 비토리아까지 거치며 '저니맨(떠돌이)'이란 별명을 얻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숱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석현준이 어린 나이에 해외 진출을 했다가 소리소문없이 돌아오는 공격수가 아니란 걸 스스로 입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비토리아 유니폼을 입은 석현준은 올 시즌 포르투갈 프리메이라(1부) 리가에서 9골을 터뜨려 득점 3위에 올랐다. 컵대회 2골까지 더하면 이번 시즌 11골을 터뜨려 유럽이 주목하는 공격수로 단번에 올라섰다. 최근까지도 리스본(포르투갈), 마인츠(독일), 아스톤빌라(잉글랜드) 같은 구단이 석현준 영입에 뛰어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석현준의 포르투 이적이 의미 심장한 또 다른 이유는 구단의 이미지 덕분이다. 1893년 창단한 포르투는 가능성 있는 선수를 싸게 영입해 비싼 이적료를 받고 빅클럽에 되팔아 '거상'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포르투에 입단해 뛴다는 것은 나중에 빅클럽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뜻한다. 석현준이 주전 경쟁에서 승리할 경우 그의 가치는 '포르투 공격수'라는 타이틀과 더불어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FC포르투 이적을 앞둔 비토리아 세투발의 석현준. 사진/포르투갈 매체 '아볼라'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