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브라질 국채 유동화 명목으로 투자자를 모아 돈을 빼돌린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전성원)는 이모(45)씨와 백모(39)씨 등 K사 이사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K사에 투자자를 소개한 중개업체 E사 대표 한모(50)씨도 사기·횡령·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씨와 백씨는 지난 2013년 9월 페이퍼컴퍼니인 K사를 설립한 이후 브라질 국채를 유동화해 1억5000만달러를 담보하는 신용장을 개설해주거나 최대 25배의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5명으로부터 총 16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는 K사에 투자자를 소개하면서 수수료 계약서를 위조해 신용장 개설 비용을 30만달러라고 속여 이중 10만달러를 가로채고, 브라질 채권 유동화 경비로 24만달러를 받아 9만달러 횡령하는 등 2명으로부터 2억원 상당을 취득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주로 브라질, 홍콩 등에서 금융브로커와 접촉해 국채 유동화를 추진하는 듯한 외양을 갖추고, 백씨는 국내에서 이씨로부터 받은 허위 서류를 한씨에게 전달해 국내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도록 하는 등 역할을 분담했다.
이들은 브라질 국채를 블룸버그에 등록해 매각하거나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유동화한다고 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이 제시한 자료는 대부분 허위로 드러났다.
특히 1972년 발행된 액면가 12억크루제이루(구 브라질 화폐단위) 브라질 국채 H시리즈의 현재 가치가 한화로 1조원이며, 2036년 만기 시 3조~4조원에 이른다고 하면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브라질중앙은행과 브라질재무성이 '물리적인 증서 형태로 1970년대 발행된 모든 채권은 시효가 지나 유효하지 않다'란 경고문을 게시하는 등 금전적 가치가 전혀 없는 허위 채권인 것이 확인됐다.
또 국제증권식별번호인 ISIN(International Securities Identification Number)을 취득하기 위해 1장당 2만5000달러를 사용했다고 했으나, ISIN 명의의 비용청구서는 위조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거래소를 통해 ISIN 발행기관의 국제협회인 ANNA(Association of National Numbering Agencies)에 조회한 결과 거짓으로 확인됐고, 피해자에게 제시했던 블룸버그 화면 파일도 편집의 흔적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최초 피해자가 검찰에 진정한 후 이씨 등은 혐의를 극구 부인했지만, 계좌추적, 이메일과 통화내역 분석 등 수사로 합계 18억원 상당의 범죄를 확인했다"며 "2년에 걸쳐 유사한 방법으로 사기 행각을 이어오고 있는 것을 확인해 추가 피해를 방지했다"고 말했다.
브라질 국채와 부속서류. 사진/서울중앙지검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