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기간제법 물러서며 “파견법 받아라”

노동 관련법 통과 국회에 촉구…야권 “파견법, 비정규직 양산할 것”
대국민담화·신년 기자회견서 야당 지자체장 복지사업 비판하기도

입력 : 2016-01-13 오후 4:50:06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노동 5법과 관련해 ‘기간제법’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노동 관련 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일종의 절충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일자리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차선책으로 노동계에서 반대하고 있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중에서 기간제법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파견법은 받아들여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동 5법의 분리처리 반대 입장을 유지해온 박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셈이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파탄' 선언을 언급하며 “국민과의 약속은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는 것”이라며 “어려움이 있으면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기간제법을 중장기 과제로 돌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파견법에 대해서도 우리당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해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현재 야당과 노동계는 파견법의 핵심인 '뿌리 산업'으로의 파견직 허용 확대가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이제 우리 경제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 경제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도 요구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서는 “무려 1474일째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에 대해서는 “대기업에 대한 특혜가 된다면 왜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경제단체와 업종단체들이 먼저 나서서 대기업도 법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가”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관광진흥법과 의료해외진출지원법 등 최근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이 가져올 경제 활성화 효과를 열거하면서 경제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를 주문했다. 특히 “이번에도 통과 시켜주지 않고 계속 방치한다면 국회는 국민을 대신하는 민의의 전당이 아닌 개인의 정치를 추구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국회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 발표 이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야당 지자체장들의 복지사업과 야권 성향의 교육감들이 누리과정 보육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청년수당과 산후조리원을 언급하며 "청년들한테 돈 주고 무료 산후조리원 하겠다는 건데, 정부도 얼마든지 선심성 사업할 수 있지만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과정 논란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7개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정치적이고 비교육적인 행태”라며 “그렇다면 법을 고쳐 중앙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해도 좋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는 “분명한 것은 아이들이 지금 배우고 있는 역사교과서가 편향된 이념을 가진 집필진에 의해 독과점 형태로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일부 친박계가 주장하고 있는 개헌론에 대해서는 “개헌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여도 상관없을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13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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