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렌드)급변하는 기업 생존공식…"상상치 않던 신기술 주목"

지속 성장 위한 남다른 전략·추진력 필요

입력 : 2016-01-18 오후 2:31:28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따라 기업 생존을 위한 국내 기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속적 성장을 위한 참신한 전략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행력이 동시에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18일 LG경제연구원은 '지속 성장 기업의 조건' 보고서를 통해 기업 경영의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기존 비즈니스 가설에 대한 지속적 업데이트는 물론 창의적 사고와 자산의 결합, 고객 욕구 기반 상품, 남다른 아이디어와 실험정신, 그리고 이를 추진할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과거 국내 기업 성장의 토대가 됐던 모방을 벗어나 한 차원 진보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사업 영역이 한정돼있고 경쟁 상대도 비교적 명확했다. 주로 'Fast follower'의 입장에서 선도기업의 방식을 롤모델 삼아 성장해왔기 때문에 전략의 중요성 보다는 추진력에 무게추가 쏠렸다. 하지만 최근 이들이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경영 환경은 예측하기 어려울만큼 극심하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기업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공업으로 분류되던 자동차는 자율주행기술과 전기차 등 ICT 분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소모품으로 여겨지던 화장품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곧, 더이상 모방할 기업을 찾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모방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불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LG경제경연구원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기존의 낡은 비즈니스 가설과 관행을 원점에서 되짚어보고 이를 업그레이드한 참신한 전략과 이를 실행할수 있느냐의 여부를 기업 지속 성장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기업들은 경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환경을 예측하고 가설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산업 변화가 갖는 일정 패턴을 근거로 삼고 시장에 대응해왔다. 하지만 기술 혁신에 의해 패러다임이 변화되면 이 같은 패턴들은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과거 트렌드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980년대 후반 인공위성을 통해 무선 통신의 지역적 제한을 없애는 '이리디움'프로젝트를 추진했던 모토로라는 사업개시 1년만에 사업을 접기도 했다. 10여년의 사업 추진 기간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 네트워크 속도와 로밍서비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기업 경쟁우위 확보 원천이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이동함에 따라 물질적 자산이 경쟁력이라는 생각 역시 버려야한다. 1980년대 초반까지는 전체 기업 가치의 60% 가량을 유형자산이 차지했지만 90년대 들어서는 40% 이하로 떨어졌다. 유형자산이 기업 시장가치의 2%에도 미치치 못하는 페이스북이 자산 1달러당 시장 가치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 역시 이를 방증하는 요소다.
 
또 과거에는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상품으로 구현하려면 생산 설비부터 유통 관리까지 다양한 분야의 장비와 인력이 필요했다. 생산설비 집중 투자를 통해 고품질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제조 경쟁력은 국내 기업의 핵심 경쟁우위 요소였다.
 
하지만 최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 중국과 베트남 등의 설비 집중투자와 개인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과정이 간소화되면서 기존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구축한 설비를 통한 생산력을 기반으로 단순 가공산업이 아닌 최첨단 혁신 기술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의 변모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급변하는 시장의 핵심인 고객 욕구에 대한 공감도 절실하다. 기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차별화된 방식으로 만족감을 줘야한다. 지난 1993년 위기에 빠진 IBM CEO에 취임한 루 거스너가 IT 분야 경험과 전문성이 없었음에도 IBM을 정상궤도도 끌어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 중심으로 회사를 재편한 데 있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자원적 열세를 극복하고 의미있는 성과를 달성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고유한 방식을 찾아 실행하는 특징을 보인다. 여타 후발주자, 중소기업들이 주류와 다른 점을 감추려고 하는 기조를 벗어나 차별화를 강점으로 내세운 것이다. 차별점을 감추고 주류을 쫓다보면 제품은 물론 기술과 제도, 제품 등도 모방하게 된다. 유사한 제품으로 시작부터 덩치가 차이나는 주류기업과의 격차는 당연히 줄어들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곧 다양한 아이디어의 실험과도 연결된다. 구글은 '구글 X'라는 연구소를 통해 '제정신이라면 쳐다보지 않을' 새로운 기술에 주목해왔다. 무인자동차 부터 구글 글래스, 달 탐사선 개발 등 분야도 다양하다.
 
해당 사업들은 진출 초기 시장의 우려를 샀지만, 최근 무인자동차의 경우 통신사업자는 물론 에너지 업체, 금융, 자동차 판매 등 많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다크호스로 대두되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10년, 20년 후에 핵심 비즈니스가 될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찾았을 때 확보할 수 있는 확고한 경쟁우위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LG경제연구원은 이 모든 기업의 지속가능 요소의 핵심을 유연하고 빠른 실행력으로 꼽았다. 맹목적인 빠름이 아닌 발 빠른 대응과 의사결정을 통한 신속한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업 방향의 불확실성은 물론 그 변화 속도 역시 빨라지면서 시장의 요구를 따라잡지 못한 기업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함이다.
 
지난 1995년 미국 '포츈 아메리카 500'에 해당하는 500개 기업 중 10년 후인 2005년에도 지위를 유지한 기업은 292개로 58.4%에 불과했다. 또 지위를 유지한 292개 기업 가운데 다시 80개가 넘는 기업들이 이후 10년간 순위에서 물러나며 20년새 절반 이상(58%)이 순위에서 밀려났다.
 
대표적 사례인 '코닥'은 지난 1955년 43위에서 2005년 153위까지 추락하며 급격히 쇠락했다.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 시대로의 전환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반면, 급격한 변화와 불확실성 증대가 기업의 획기적 성장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시장 변화 초기 단계부터 대응에 성공한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구글과 우버 등은 기존 기업들이 시가총액 10억달러를 넘기는 데 걸렸던 평균 기간 20년을 각각 8년과 3년으로 단축했다.
 
이밖에 가상현실 기술 개발회사인 '오큘러스 VR'은 240만 달러로 회사를 창립해 20억 달러에 회사를 인수합병시켰고, 스탠포드 대학 수업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냅챗'은 현재 시장가치가 100억~2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병수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위기라고 말은 하지만 절박감을 가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행방안 보다는 경기 침체와 시장 환경 탓을 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라며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거창하게 천명하기보다는 위기감에 기반한 치열함과 집요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구글 캠퍼스 인근에서 도로주행 테스트를 받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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