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인공지능 상용화…'또 한번의 혁명을 위해'

입력 : 2016-01-04 오후 12:08:53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등장과 함께 인류의 삶에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일으킨 인공지능 기술이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선두기업들의 부지런한 스타트업 인수는 물론 사업 조직을 신설하는 등 인공지능 상용화 움직임이 한창이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진화하는 인공지능 또 한번의 산업 혁명' 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 중이거나 적용 준비 중인 인공지능 기술이 또 한번의 산업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자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병원들과 협업해 인공지능 기반의 진단을 내놓거나 금융 영역에서의 투자 자문 및 직접 투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제는 익숙해진 영화 속 인간과 대화하며 직장에서 업무를 보는 인공지능 로봇이 허구의 세계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닐수도 있다는 의미다.
 
특히 ICT 시장은 인공지능 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최근 스마트폰과 PC 등에 탑재돼 사용자와 음성으로 대화를 주고 받는 것부터 사용자의 동선을 파악해 주변의 맛집, 볼거리 등을 제안하는 서비스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듯이 ICT 분야 인공지능은 이미 소비자들의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있다.
 
실제로 인공지능 기술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구글은 지난 2013년 DNN리서치 인수를 시작으로, 2014년 영국 인공지능 개발업체 '딥마인드'를 4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관련 스타트업들을 품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다른 대표 업체인 IBM 역시 지난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긴 인공지능 '딥블루' 개발을 비롯해 2011년 '왓슨'을 개발해 미국내 유명 TV 퀴스쇼에서 전설적인 우승자들을 이긴 바 있다. 최근에는 약 2000명의 전문 개발자로 구성된 인지 비즈니스 솔루션 그룹을 신설해 본격적인 인공지능 관련 사업을 알렸다.
 
이밖에 페이스북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국내와 중국 기업들도 인공지능 전문가를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유수의 기업들이 인공지능의 비즈니스적 가치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기술들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처리 기술의 발달이 각종 포털과 SNS의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가능하게 했고, 이에 따른 상용화 기대감도 커지고 있는 것.
 
금융 서비스도 인공지능 적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분야다. 영화 '트랜센던스'에서 주인공의 뇌가 컴퓨터에 업로드돼 진화한 뒤 엄청난 투자 수익을 거두는 장면이 나온다. 투자 자문업의 경우 사람의 직감에 의존하는 측면이 많아 IT 적용이 수준이 낮았지만 최근 검증된 인공지능 시스템들이 등장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싱가포르 개발은행은 자산관리 업무에 IBM의 왓슨을 이용해 우수고객에게 맞춤형 투자 자문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역시 IBM과 4억5000만달러의 계약을 맺고 투자자문 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핀테크 벤처기업들은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직접 투자 자문업에 도전 중이다. 고객들이 목표수익과 리스크에 대한 태도 등 기본적인 옵션만 선택하면 해당 유형에 맞춰 알고리즘이 최적으 투자를 선택해주는 방식이다.
 
현재 취급하는 금액은 현재 약 200억달러 수준이지만 5년여 뒤에는 2조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온라인 증권사들도 로보 어드바이저 시스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조업 또한 최근 글로벌 제조업 환경에 주요 화두로 떠오른 '스마트 팩토리'에 발맞춰 생산 시설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기존 생산 설비가 인공지능, 로봇 기술과 융합돼 공정 자체가 더욱 고도화된 생산 현장을 의미하는 스마트 팩토리는 주요국들의 제조업 육성 정책과 함께 빠르게 확산 중이다.
 
스마트 팩토리 분야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인 제네럴 일렉트릭(GE)는 인도 푸네 지역에 자사 첨단 기술을 집약한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했다. 축구장 38개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하는 해당 공장에서는 제트 엔진과 터빈 등 다양한 산업 용품의 생산 공정이 고객 주문에 따라 스스로 최적화 된다.
 
제품 출고 이후에도 제품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 고객에게 제품 운용에 대한 솔루션까지 제공한다. 향후 기술 고도화를 통해 주문부터 설비가동, 납품 및 AS에 이르는 전 과정이 모두 무인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심 갖기 시작한 일부 공공 기관들은 인공지능을 공공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한 실험에 착수했다. 업무 과정이 복잡하고 검토과정도 까다로운 행정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도입하거나 방대한 양의 특허 데이터와 업무 처리 과정을 스스로 학습해 심사 청구자에게 맞추화된 조언을 제공하는 식이다.
 
호주 특허청이 실제로 지난해 특허업무에 IBM 왓슨을 활용해 진행한 해당 테스트는 9개월 이상 소요되는 심사기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싱가포르 정부도 올해 소득세와 비자 업무를 왓슨에 적용해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LG경제연구원은 인공지능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하겠지만 완벽한 수준의 정확도와 안정성을 갖추기 전까지는 많은 영역에서 인간의 인지 능력과 공존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수많은 변수 속에 속출하는 비정형화 요소와 상대적 가치판단, 창의성 등이 요구되는 경우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기 보다는 보완하고 강화시키는 역할이 크다는 의견이다. LG경제연구원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쟁과 협조는 또 한번 산업 지형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우리의 삶을 빠르게 바꿔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선보인 인간과 감정 교류 가능한 로봇 '페퍼'. 사진/AP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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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