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렌드)경쟁사 관점에서…‘레드팀’을 구성하라

입력 : 2016-01-06 오후 3:10:11
조직의 편향적 의사결정을 경계하기 위한 방안으로 '레드팀(Red Team)'이 주목받고 있다. 레드팀이란 위기 상황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략의 허점을 예측하거나, 경쟁사의 관점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조직이다.
 
LG경제연구원의 김은정 연구원은 6일 ‘편향을 저격하는 레드팀’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레드팀은 완벽해 보이는 전략에서도 취약점을 발견한다”며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초 레드팀은 미군이 모의 군사훈련에서 아군을 블루팀, 적군을 레드팀이라고 부른 것에서 비롯됐다. 기업과 정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는 해외와 달리 아직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법이다.
 
미군이 모의 군사훈련에서 적군을 명칭한 데에서 비롯한 ‘레드팀’은 기업과 정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조직의 편향적 의사결정을 경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은 특수부대가 모의 테러 진압작전을 펼치고 있는 모습. (사진과 본문은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레드팀의 기능은 크게 ▲시뮬레이션 ▲취약점 발견 ▲대체 분석 등 3가지다.
 
김 연구원은 첫 번째 사례로 미국의 9·11 테러 당시 CIA의 전략을 제시했다. 공격 직후 조지 테닛(George Tenet) 당시 CIA 국장은 테러범의 입장에서 공격 방법을 모색하는 ‘레드 셀’이란 조직을 구성했다. 레드 셀 요원들은 오사마 빈 라덴의 입장에서 분석한 보고서들을 만들었고, CIA와 철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작전을 점검한 결과 2011년 빈 라덴의 거처를 발견하는 작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다.
 
레드팀은 또 적군 내지 경쟁사의 과점에서 전략의 취약점을 찾아내 공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IBM의 논쟁 시스템은 레드팀과 기존 전략팀인 블루팀 간의 경쟁을 통해 전략의 완성도를 높인다. 양 팀이 상대방을 충격에 빠뜨릴 만한 미션을 제시하고 서로 이를 무산시킬 대응 방안을 만들어내며,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경쟁자의 대응과 그에 대한 역대응 방안까지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정보가 핵심 자산인 기업들은 화이트 해커로서 활동하는 레드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같이 보안과 관련한 레드팀 기법은 이미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체 분석이란 조직 내부의 관습적이고 주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통찰력을 얻기 위한 과정이다. 이는 레드팀의 핵심이자 시뮬레이션 및 취약점 발견의 전제조건이다. 레드팀 전문가인 마이카 젠코(Micah Zenko) 연구원은 대체 분석의 목적에 대해 “구조화된 분석과 기존 전략에 단 한 번도 개입되지 않았던, 그리고 기존 팀과 성질이 전혀 다른 팀을 도입함으로써 인간과 조직 본성에 따르는 편향들을 줄이는 것”이라며 “나아가 기존 가설에 도전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에겐 위기 예측과 대비 측면에서 레드팀 도입이 중요하다. 미국의 종합화학회사이자 포춘(Fortune)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최장수 기업인 듀폰은 오래 전부터 신규 사업 진출과 사업 철수 등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레드팀을 적극 활용했다. 특히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시기에 레드팀의 위력이 돋보였는데, 2001년 닥친 9·11 테러나 2005년 카트리나 태풍 피해 등에 맞서 글로벌 기업 중 가장 빠른 대처를 보여줬다. 또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이를 미리 파악해 6주 만에 신속하게 대비하기도 했다.
 
이같은 레드팀을 도입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구성원’이 중요하다. 주어진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회의론자이거나 창의적이고 엉뚱해야 한다. 또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는 개방성, 의사 표출을 위한 자신감도 필요하다. CIA의 레드 셀 관계자는 “고위관리자를 당황하게 해서라도 사고 도발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레드팀은 독립성이 확보돼야 하고, 내부 인력 중심으로 구성하되 주기적으로 팀원을 교체해야 한다. 레드팀에 오랜 기간 소속돼 활동하다보면 그들 역시 고정관념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특히 국내 기업이라면 레드팀 구성원에 대한 출신 조직의 영향력을 배제시키는 부분에 신경써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자가 레드팀을 형식적이거나 일회성으로 생각하지 않고 결과물을 존중해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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