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회사 상무)조사 과정에 입회했는데, 검사가 피의자에게 부당하게 언성을 높이고 짜증을 내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같은 사건의 피의자로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회사 회장을 소환했을 때는 언행을 조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사 상대방에 따라 태도가 달랐다."
검사들의 품위를 잃은 막말이나 강압적인 수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검찰권력의 부당한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2015년도 검찰 취급 사건에 대해 지난 3개월 간 검사평가를 실시했다"며 사상 첫 검사평가 결과인 '2015년 검사평가 사례집(전국)'을 19일 내놨다.
앞에서 밝힌 사실은 검사평가에 참여한 한 변호사가 한 말로, 대한변협이 이번에 펴낸 사례집에 담긴 내용이다.
이보다 더 한 검사도 있었다. 또 다른 변호사가 대리를 맡은 피해자로부터 들은 내용 중에는 검사가 "'검찰청은 들어오는 것은 자유지만 나가는 것은 마음대로 안 된다. 검찰은 조용히 있는 조직이 아니다. 내가 하는 일에 태클을 걸려면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청와대 법무비서관 정도를 동원 하든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신을 '또라이'라고 지칭한 이 검사는 관할 지역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자신이 유명하다고 말했다고 이 변호사는 말했다.
변호사들이 꼽은 부정적 사례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막말과 강압적 태도다. 모 변호사는 "2015년 12월 변호인이 공소사실에 대해 의견을 밝히자 냉소를 보냈고 특정 공소사실이 불명확하다는 의견과 함께 석명을 구하자 '아이 참'이라는 말과 함께 변호인의 말을 자르고 눈을 부릅뜨고 변호인을 째려보고, 시종 바른 자세가 아닌 불량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며 "최악의 공판검사였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공개법정에서 증인신문을 할 때 증인에게 폭언을 해 증인이 그렇게 무섭게 하면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다고 하소연했다"고 말했다.
'막무가내형' 불성실 검사들도 지적됐다. 모 검사는 증인신문기일에 변호인에게 약속이 있다면서 반대신문을 빨리 진행할 것을 요청하더니 결국 판사와 귓속말로 대화하고는 반대신문이 끝나기도 전에 법정을 퇴정했다. 법정에서 졸거나 법복을 입지 않고 불량한 자세로 앉아 있는 검사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밖에 다른 부정적 사례로는 공판에서 사건을 전혀 파악하지 못해 담당계장에게 휘둘리거나 공판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엉뚱한 혐의를 신문하는 검사도 있었다.
역대 검찰총장들은 취임사부터 퇴임사까지 절제되고 품격 있는 수사를 주문해왔다. 그러나 일선 검사들 중 일부에게는 '소 귀에 경읽기' 였던 셈이다.
우수한 검사도 있었다. 변호사들은 의견을 주의 깊게 듣고 제출한 참고자료 등을 꼼꼼하게 살펴 실체를 파악하는 검사, 합리적이고 공정한 법해석으로 피고인을 승복시킨 검사, 피의자 내지 피고인에 대한 배려를 보인 검사들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평가에는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 438명이 참여했으며, 총 1079건의 평가표가 제출됐다. 이중 수사검사 평가는 719건, 공판검사 평가는 352건이며 무효가 8건이다. 수사검사와 공판검사가 각각 5명씩 총 10명이 선정됐으며, 변협은 평가 결과를 법무부에 전달하고 하위 검사로 선정된 검사들에게도 결과를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평가는 사상 첫 검사평가 시도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우수검사로 선정된 검사 중 향응을 받은 검사가 포함돼 빛이 바랬다. 우수 수사검사로 선정된 차모(46·35기) 검사는 외부인으로부터 2회에 걸쳐 14만8000원 상당의 향응을 받아 견책처분을 받았다.
변협 관계자는 "검사평가의 취지는 검사가 적법절차를 준수해서 수사를 하는지, 인권을 보호하는지 여부이기 때문에 검사평가는 회원들 판단을 따르는 것"이라며 "검사가 징계를 받았는지 여부는 알 수도 없고, 검사평가 결과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또 "법무부도 검사징계 여부를 변협에게 공개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그 해당 검사가 징계를 받았는지 여부를 알기 어려워 우수검사를 다 대조하기도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징계위원회를 열고 내린 차 검사에 대한 해당 징계 내용은 행정자치부 전자관보시스템에 고시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 평가에 참여한 한 중견 변호사는 "첫 평가이니 만큼 더욱 신중했어야 했는데 변협이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며 "검사평가 자체에 대한 신뢰성에 흠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역시 평가에 참여한 다른 변호사도 "검사 징계사항은 관보 게재사항인 것은 언론 보도만 찾아봐도 확인할 수 있다"며 "징계여부를 알수 없었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고 꼬집었다.
변협 관계자는 "첫 검사평가라 검사징계 자료가 축적돼있지 않았고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이런 점을 수정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015 검사평가제 시행'과 관련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이우찬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