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온라인 정당가입’을 비롯한 직접민주주의 시도들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온라인 정당가입 제도를 도입, 10만명의 당원을 끌어들였다. 목표는 100만 당원 가입이다. 현재 당원이 20만에서 30만명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이는 엄청난 정치적 변화다. 새누리당도 2014년부터 플랫폼 정당인 새로운 스마트 정당으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새롭게 창당한 국민의 당 역시 기존 정당과는 다른 당원 모집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온라인 정당, 또는 스마트 정당은 근대정당 체제를 넘어서는 새정치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에 스마트폰이 2009년 6월 상륙한 이후 일상에 엄청난 변화가 일었다. 개인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금융거래마저 핀테크 형태로 스마트폰에서 구현될 정도다. 10년 전에는 예상도 하지 못했던 일상의 변화다. 그 정점에 스마트 정치가 있다. 당원 가입을 팩스나 우편으로 하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5분 정도의 시간만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가능해졌다. 정당선거에서 우려했던 대리투표의 문제도 스마트폰을 통한 안심인증제로 해소가 가능하다. 스마트폰은 이제 단순한 기기를 넘어 인간의 활동을 확장하는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테네 민주정이나 16세기 르네상스의 피렌체에서 가능했던 직접민주주의가 스마트폰을 통해 인구 5천만의 영토국가에서 그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 온라인 정당가입이 100만명을 넘어서면 다양한 법안의 발의와 결정, 주요정책에 대한 당론 결정이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직접민주주의 형태로 가능하게 된다. 인류가 꿈꾸어 온 직접민주주의가 스마트폰을 통해 ‘내 손안의 민주주의’로 실현되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위기가 ‘내 손안의 민주주의’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게 됐다. 콜린 크라우치(Colin Crouch)는 포스트 민주주의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절차적이고 형식적인 민주화가 이뤄지고 법치국가의 성격이 유지됨에도 시민들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성취하려는 목적을,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가 오히려 방해하는 역설적인 민주화 이후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정치가 기득권이나 엘리트에 좌우되면서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도 커졌다.
‘내 손안의 민주주의’로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고 있는 온라인 정당가입은 이번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조만간 정당들은 스마트 정당의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전통적 당원 개념이 아닌 ‘등록된 지지자(registered supporter)’의 형태로 모집을 확대할 것이다. 정당들이 스토리텔링이 중요해지는 현대정치에서 ‘공적 내러티브’를 축적하고 이를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고 시민들과 상호작용하게 된다. 정당 지도자와 새롭게 발굴된 인물들의 메시지들이 공적 내러티브로서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등록자들에게 전달되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통해 자발적 지지를 조직화하는 풀뿌리 조직화 운동이 정당마다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의 향배를 좌우하는 것은 어느 때보다 활성화되고 있는 온라인 정당가입을 통한 ‘내 손안의 민주주의’다. 향후 10년간 한국정치의 미래가 이 미지의 영역에서 누가 정치적 지지를 조직화해 내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