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몰 허가제로 규제해야…협동조합 통한 경쟁력 제고도 필요"

입력 : 2016-01-21 오후 5:16:36
유통 대기업으로부터 소상공인을 지키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불어 소상공인이 자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협동조합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노화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연구소장(사진)은 "아웃렛 등 복합쇼핑몰을 규제하기 위해 등록제로 돼 있는 현행법을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복합쇼핑몰(아웃렛 포함)은 등록제 점포로, 시장 진입 과정에서 사실상 제약이 없다. SSM이나 대형마트는 2012년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 이후 규제가 강화돼 1㎞ 이내 입점이 제한되지만, 복합쇼핑몰은 특별한 법적 제재 없이 기존 점포의 업종을 변경해 세 확장에 나설 수 있다.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라는 점을 교묘히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이같은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이 대규모 점포가 지역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고려되지 않고, 상권영향평가 등도 형식적 절차에 머문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이 법안은 상임위 계류 중으로, 19대 국회 내 통과는 불가능해졌다.
 
노 소장은 "과거에는 전통시장이 주로 피해를 봤는데 복합쇼핑몰이 출현하면서 소상공인이 영위하는 모든 사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입지 전 단계부터 규제할 수 있도록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쇼핑몰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세수 확대가 제한적인 것도 문제로 지목했다. 실제 한 점포가 각 지자체에 내는 세금은 1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 3명 가운데 1명이 중소상공인·자영업자인 만큼 소상공인이 내는 세금은 이를 능가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형쇼핑몰이 계약직만 양산하는 것도 허울뿐인 일자리 창출이라고 지적했다.
 
제도적 개선과 함께 소상공인들이 당당하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생적 힘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대안책으로 협업과 상생을 통해 타개하는 ‘협동조합’을 꼽았다. 노 소장은 "3년 전부터 국가에서 협동조합을 진행하고 있다"며 "소상공인들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것은 협업밖에 없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공동으로 원재료를 저렴하게 구매해 가격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단일 브랜드를 만들어 홍보에도 힘이 붙는다. 여러 사람의 힘을 모으기 때문에 부족한 기술을 채울 수도 있다.
 
협동조합은 북유럽에서는 이미 상생의 주요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경우 세계 경제위기 때 스페인 전역에서 기업 구조조정과 대량해고가 발생했으나 협동조합에 소속된 직원을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경우도 전체 시민의 40%가 협동조합에 가입돼 있는데, 평균 임금이 이탈리아 평균의 두 배에 달하며 실업률은 절반에 불과하다.
 
노 소장은 "2013년 정부 시범사업 이후 지난해까지 1000개 이상의 협동조합이 생겨났고, 올해는 400개의 조합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전문성은 물론이고 사업 간 융합과 협업이 뒷받침되는 환경을 만들어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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