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실업률은 9.2%였다. 1999년 통계 기준이 바뀐 이후 최고 수치다.
하지만 연예계의 사정은 좀 다르다. 매니지먼트 업계는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소속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할 경력 15년차 이상의 이사급 매니저가 현장까지 운전을 해서 연예인의 스케줄을 직접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일손이 부족해 생기는 일이다. 한 매니저는 "요즘 청년들 취업이 안 된다는데 진짜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질 좋은 일자리다. 하지만 매니지먼트업은 질 좋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밤낮, 휴일 없이 빡빡한 업무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고, 박봉에 시달린다. 일부 연예인들은 마사지, 골프 약속 등 개인 스케줄을 소화할 때도 매니저들과 동행한다. 연예계에 종사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인 만큼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이러다 보니 매니저를 하겠다고 나서는 지원자가 잘 없을뿐더러 입사를 하더라도 몇 주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확실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매니저들의 월급을 무작정 올려줄 수도 없고, 신입사원 채용이 어렵다 보니 업무를 분담할 수도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국내의 인력난 때문에 중국, 동남아시아 등 인건비와 세금 부담이 덜한 나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매니지먼트업은 제조업이 아니다. 해외로 생산 시설을 이전해 인력난을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러다가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다가 매니저로 고용해야할 판"이라는 한 관계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전세계가 한류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한류 열풍을 이끄는 스타가 하루 아침에 탄생되는 것은 아니다. 신인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고, 정상의 위치에 올라설 때까지 기획사가 꾸준한 투자를 하면서 버텨야 한다. 그러려면 탄탄한 기본 체력이 필요하다. 기본 체력의 핵심이 되는 것은 돈과 인력이다. 기획사들이 시간적, 금전적 여유를 가지고 한류 스타들을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류 열풍을 이어갈 수 있고, 질 좋은 일자리도 늘어난다. 연예계의 구인난은 노사가 고통을 분담하고 온 국민이 힘을 모은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한류 분야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해욱 문화체육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