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후중기자] 27일 발표된 정부의 서민주거안정대책을 둘러싸고, "서민은 없고, 투기만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치솟는 전셋값을 잡기위한 대안으로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를 조기에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서민들에게 값싼 주택을 공급하면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기를 부양시킬 이른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맞춤형 정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가혹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중산층 이상에게 돈벌이가 되는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면서 토지보상비 등으로 유동성을 한꺼번에 공급해 집값상승을 부추길 것이고, 이로써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을 앗아가고, 그린벨트까지 훼손하는 최악의 정책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방 미분양이 여전한 상황에서 지역간 격차까지 심화시킬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는 점을 꼽는다.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우면동은 3.3 ㎡당 시세의 50%인 1150만원에 공급한다고 했지만, 이는 85㎡(25평형)를 기준으로 약 2억9600만원에 이른다. 분양주택을 이런 가격으로 공급하면 실수요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판교에서 나타났던 이른바 '부동산 로또 광풍'을 다시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정부가 투기를 우려해 전매제한 기간을 기존 5년에서 7~10년으로 늘리고 5년의 의무거주기간을 두겠다고 했지만,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이런 제한은 과거에도 큰 효과가 없었고, 결국 당첨자에게 큰 돈벌이만 됐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와 함께 토지보상이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보상비로 풀린 많은 돈이 부동산에 다시 몰려 가격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경우 서민을 위한다는 주택정책이 오히려 서민의 '내집마련 꿈'을 앗아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보전가치가 낮은 그린벨트'라고 규정한 사업지역과 관련해서도 "기능을 상실한 그린벨트는 이미 국민의 정부 시절 다 해제한 상황에서 남은 것은 원상복구와 관리가 필요한 그린벨트 뿐"이라며, "따라서 정부의 이번 정책은 추가적인 환경파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번 정책 같은 처방은 일본처럼 한꺼번에 터지는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것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이미 시행중인 종합부동산세를 단계적으로 강화하면서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세수 정책을 씀으로써 집값을 충분히 내리는 것이 서민들이 내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대로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안후중 기자 hu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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