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 반복되는 'CEO 잔혹사'

입력 : 2016-01-27 오전 6:00:00
동화약품(000020)이 전문경영인(CEO)을 또 갈아치웠다. 4년 동안 무려 3명의 CEO가 중도 하차해 'CEO 잔혹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 업계에선 전문의약품 실적 악화를 CEO 교체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성장동력이 부재한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를 단순히 CEO 선임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신임 사장으로 손지훈 전 박스터코리아 대표를 오는 1일자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손지훈 신임 대표이사는 2012년 이래 4번째 동화약품 CEO다. 동화약품은 2012년 대만·홍콩 얀센 총괄사장을 거친 박제화 전 대표, 2013년 한국화이자제약 영업·마케팅을 총괄한 이숭래 전 대표를 CEO로 영입했다. 2015년 CEO 직무대행으로 오희수 전 동화약품 OTC사업부(일반의약품) 상무이사가 CEO에 올랐지만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했다.
 
동화약품은 오너 2세인 윤도준 회장이 2008년 실권을 잡은 뒤 전문의약품 사업 강화에 매진했다. 다국적 제약사 출신 마케팅과 영업 전문가를 CEO로 영입했다. 선진 영업·마케팅 전략을 정착시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전문의약품 실적은 날로 악화됐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동화약품의 전문의약품 처방액은 2012년 814억원, 2013년 577억원, 2014년 400억원, 2015년 320억원으로 매년 급감했다. 2012년 120억원대의 '아토스타'는 2015년 35억원으로 7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비 '동화 록소닌'과 '메녹틸'도 처방액이 반토막났다. 전문의약품 허가는 2010년 10개, 2011년 15개, 2012년 14개, 2013년 11개 등 매년 10개씩 받았지만 대형약물로 자리잡은 경우는 전무했다. 대부분 시장성이 떨어지는 복제약이다.
 
일부에선 CEO 교체로 해결될 게 아니라 회사의 먹거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사업은 장기적인 투자가 선제돼야 하기 때문에 오너가 중심이 돼야 한다"며 "단기간에 영업실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CEO를 바로 교체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연속성 있는 전략 수립이 불가능해 오히려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며 "오너의 변덕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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